"여성 존재조차 몰라"…'베트남 타잔'의 안타까운 죽음

입력 2021-09-09 19:35   수정 2021-09-10 06:47

베트남 정글에서 41년 동안 고립된 채 살아오면서 여성의 존재를 전혀 몰랐던 한 남성이 문명사회로 돌아온 지 8년 만에 간암을 앓다 사망했다.

9일(현지 시간) '더 선'과 베트남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호반랑은 불면증과 향수병으로 정글을 그리워하다 5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랑의 아버지는 지난 1972년 미국의 공습을 피해 두 아들과 꽝응 아이(Quang Ngai) 지방에 있는 정글에 정착했다. 이후 41년 동안 고립된 채 살았던 랑은 아버지와 친형과 함께 정글에서 사냥하면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사진작가 알바로 세레조는 삼부자의 소식을 듣고 이들을 추적했다. 결국 그는 정글 깊숙한 곳에서 삼부자를 만났다. 당시 베트남 정글서 고립된 채 살았던 삼부자의 소식이 알려져 큰 이목을 끌었다.

발견 당시 랑은 나무껍질로 만든 옷을 입고 있었으며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여성의 존재를 몰랐다. 랑은 여성에 대해 "아버지가 여성에 관해 설명한 적이 없었다"고 말해 놀라움을 안겼다.

랑의 친형도 "랑은 기본적으로 사회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동생은 평생 정글에서 여자를 만나보지 못한 채 살았다"고 말했다.

사진작가 세레조는 랑에 대해 "그는 여성과 남성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알지 못했다"며 "랑은 성적 욕구가 없는 것 같으며 여성에게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랑은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순수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문명사회로 돌아온 랑은 불면증과 두통을 호소하며 정글로 다시 돌아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는 정글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랑과 그의 가족을 마을에 정착시켰다.

정글을 그리워하던 랑은 지난해 11월 가슴과 복부 통증을 호소했고 간암 판정을 받았다. 당시 랑은 "나는 매우 아프다. 유일한 소원은 치료법을 찾아 내가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다. 형제의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라는 소망을 밝혔다.

하지만 랑은 지난 5일 가족들의 마지막 배웅 속에서 세상을 떠났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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