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채권 매입 속도 낮춘다…기준금리는 0%로 동결

입력 2021-09-09 23:58   수정 2021-09-30 11:53


유럽중앙은행(ECB)이 코로나19 대응책으로 진행 중인 채권 매입 프로그램의 속도를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물가가 치솟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ECB는 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0%로 유지하고,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역시 각각 연 -0.5%와 연 0.25%로 동결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팬데믹 긴급 매입 프로그램(PEPP)’의 채권 매입 속도는 지난 2개 분기보다 낮추겠다고 밝혔다.

ECB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사태 초기 유로존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PEPP 계획을 발표했다. PEPP의 총채권 매입 규모는 1조8500억유로(약 2560조6000억원)로 내년 3월에 끝낼 예정이다. 다만 ECB는 이날 설명에서 “필요하다면 프로그램을 더 연장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까지 ECB는 이 프로그램에 따라 매달 800억유로 규모의 채권을 매입했다.

ECB는 이날 “최근 금융 여건과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채권 매입 속도를 낮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3월 코로나19 대응 채권 매입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뒤 6개월 만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ECB가 자산 매입 속도를 낮춘 것은 유로존 물가가 뛰고 있어서다. 지난달 유로존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기보다 3% 상승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지난 2분기 유로존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2% 오르며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ECB는 이날 목표물 장기대출 프로그램(TLTRO Ⅲ)을 통한 유동성 공급을 지속하고, PEPP와 별도로 집행하고 있는 자산매입 프로그램(APP)은 월 200억유로(약 27조원) 규모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 여성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하지 않는다(The lady isn't tapering)"며 "오늘 우리가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은 유리한 자금 조달 여건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채권 매입 속도의 눈금을 조정하는 것이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여성은 돌아서지 않는다(The lady's not for turning)'는 마거릿 대처 영국 수상의 명언을 인용해 자신의 입장을 표현한 것이다.

닐 비렐 프리미어 마이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로이터에 "ECB는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책 대응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ECB는 코로나19 위기로부터 회복을 지원하는 것과 경제 성장 전망에 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 사이에서 줄타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CB는 이날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6%에서 5%로 상향 조정했다. 올해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2.2%, 내년에는 1.7%, 2023년에는 1.4%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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