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2030이 대거 ‘패닉바잉(공황매수)’에 나서자 청약제도를 손본 것이다. 다만 전체 특공 물량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배정 비율만 조정한 것이어서 “저소득층 등 다른 특공 대상자의 기회를 빼앗는다”, "희망고문만 될 것" 등의 관측이 나온다.
민간 건설사 등이 공급하는 민영주택은 전체 물량의 53%를 특별공급으로 배정해야 한다. 전체의 20%는 신혼부부 특공, 10%는 생애최초 특공이다. 결혼 7년 이내 부부가 신청할 수 있는 신혼부부 특공은 소득기준 등이 까다로워 웬만한 직장에 다니는 맞벌이부부는 자격 자체가 안됐다. 또 자녀순으로 당락이 갈려 자녀가 없으면 당첨을 꿈꾸기 힘들었다. 생애최초 역시 부부이거나 한자녀 가정만 가능해 1인 가구가 소외받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앞으로 신혼부부 특공과 생애최초 특공 물량 가운데 각각 30%는 소득 기준이 폐지된다. 신혼특공의 경우 혼인 기간과 무주택 요건만 충족하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자녀가 없어도, 소득이 맞벌이 기준 평균소득의 160%(연 1억1000만원)를 넘어도 추첨을 통해 경쟁할 수 있다.
기존에도 추첨제로 당첨자를 뽑았던 생애최초는 30%에 대해서는 소득기준을 폐지한다. 또 해당 물량 중 전용면적 60㎡ 이하의 주택은 1인 가구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국토부는 다만 부동산 보유자산 가액(공시가격, 공시지가 기준, 전세금은 제외)이 3억3000만원을 넘지 않도록 제한했다.
다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전체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데다 분양가 규제 등으로 신규 분양도 씨가 말라 총 물량 자체도 적어서다. 또 30%의 추첨제 물량은 신규 대상자뿐 아니라 기존 대상자 중 우선 공급 탈락자들이 함께 추첨 대상에 포함된다. 결국 기존의 한정된 특공 물량을 두고 기존 대상자와 신규 대상자가 경쟁하는 구조다. 경쟁률만 높아질 것이라는 불만이 억지가 아니라는 얘기다. 국토부 측도 "기존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 대기수요자 청약 기회의 일부 축소는 불가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대출을 워낙 조여놔 특공에 당첨되더라도 자금 마련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경계하며 시중은행에 강력한 대출규제를 주문했다.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100% 이내로 제한한 것과 더불어 일부 은행에선 주택담보대출이 막혔고, 전세보증금 대출마저 한도 부족 등을 이유로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집단대출과 정책모기지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까지 추진할 전망이다.
수도권에서는 현재도 분양가 9억원 이상 주택은 중도금 집단대출이 안되는 경우들이 나오고 있다. 추석 이후 나올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집단대출 규제가 포함 될 경우, 분양가 기준이 9억원 밑으로 낮아지거나 잔금 집단대출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안팎에서의 지적이다.
특공에 당첨되더라도 대출이 크게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실제 분양 주택을 구매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대출은 조이면서 소득 제한을 없애고 1인 가구에게까지 추첨 물량을 풀어준 것이 오히려 청약 시장을 '현금 부자'의 놀이터로 만들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기 수원에서 청약을 계획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권모 씨(35)는 “최근에도 힐스테이트 광교중앙역 퍼스트 생애최초 특공 넣으려 했는데 중도금 대출 불가 소식을 보고 포기했다”며 “당첨돼도 현금이 없으면 자금 마련이 안되는데 경쟁률부터 높아진다니 실수요자들은 청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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