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계열사별 실적이 양극화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소재·식품·물류 등 이른바 '코로나19 수혜 업종'에 속한 계열사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된데 비해 영화관·단체급식 등 코로나19 피해 업종을 주력으로 하는 계열사는 영업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코로나19 장기화 속 CJ그룹 계열사별 사업·재무 상태를 전반적으로 점검한 뒤 그룹의 신용도 방향성이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CJ그룹의 합산 실적은 지난해 소폭 악화됐지만 올 상반기에 급격하게 개선됐다. 지난해엔 식품·생명공학 부문의 수익성이 좋았지만 외식·식자재 유통 부문에서 적자가 발생했다. 올 들어선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부문이 영업 흑자로 돌아서면서 그룹의 전반적인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CJ그룹의 연결 기준 매출은 32조원이다. 전년에 비해 5.3%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4.3%로 전년에 비해 0.2%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16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6% 증가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6.2%로 큰 폭 상승했다.
엄정원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계열사별 실적이 극명하게 엇갈렸지만 그룹 전체로 보자면 코로나19가 CJ그룹엔 실보다 득이 컸다"고 말했다.
예컨대 CJ제일제당이 주력으로 하는 식품 부문은 코로나19로 인해 내식 수요가 증가하고 오프라인 판매촉진 부담이 완화하면서 매출과 수익성이 동시에 올랐다. 이에 비해 CJ프레시웨이의 식품 서비스 부문은 기업형 식자재 유통물량이 줄고 급식 수요가 위축되면서 영업실적이 꺾였다. CJ대한통운의 경우 완성차·철강 등 전방산업의 물동량은 줄었지만 온라인 소비 성향이 강화되면서 택배 부문의 실적은 좋아졌다.
2019년까지만해도 금융시장에선 CJ그룹의 신용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CJ그룹 차원에서 공격적인 확정 정책을 폈고, 리스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리스부채 계상 등의 이슈가 맞물리면서 각종 재무 지표가 악화된 탓이다. 하지만 2019년 말 CJ그룹이 비상 경영 체제를 선언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유휴 자산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LG헬로비전 지분도 팔았다. 자본성 자금 조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 박차를 가했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CJ그룹은 불확실성을 감안해 전반적인 투자 규모를 줄였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잉여현금흐름이 창출됐고, 그룹 차원의 재무안정성이 빠르게 좋아졌다.
다만 시장 관계자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CJ그룹이 투자를 재개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경쟁 그룹들이 앞다퉈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단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홀로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에서다. 국내외 시장의 경쟁 강도가 거세지면서 주력 사업의 경쟁력 향상도 필요해졌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향후 투자 기조와 투자 자금 조달 방식 등이 그룹의 신용도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CJ그룹의 주요 계열사 신용등급을 보면, 지주사인 CJ와 CJ대한통운이 AA-, CJ제일제당이 AA, CJ프레시웨이가 A를 갖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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