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 거래량을 8개월 연속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건수(계약일 기준)는 2313건으로, 아파트 매매 건수(1862건)보다 많았다. 원래 주택시장에서는 아파트 매매량이 빌라보다 두세 배 많은 게 일반적이다. 한국인들이 아파트를 훨씬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 들어서는 1월부터 매달 이런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집값 급등에 대한 피로감, 강력해진 대출 규제 등으로 주택 매매가 위축된 와중에 벌어진 일이어서 더 눈길을 끈다.
지난달 서울에서 빌라 매매가 활발했던 지역은 다세대와 연립주택이 많은 은평구와 강서구였다. 은평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자금력이 부족한 20~30대의 빌라 매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며 “젊은 층의 ‘패닉 바잉(panic buying)’이 아파트를 넘어 빌라 시장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라고 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11억7734만원으로, 연립주택(3억3436만원)의 3.5배가 넘는다.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올 들어 3월(0.56%)과 4월(0.72%)을 제외하고 매달 1%대를 기록하면서 8월까지 누적 상승률이 8.70%를 기록했다.
패닉 바잉은 부동산, 주식 같은 자산뿐만 아니라 생활필수품 등의 시장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미국과 유럽에서 봉쇄령이 확산하자 화장지, 식품 등의 사재기가 극심했던 것도 마찬가지 사례다.
문제는 가격이 높든 낮든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매점매석에 가깝기 때문에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패닉 바잉 현상이 나타나면 거래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가격이 더 올라가면서 시장 혼란을 키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빌라로 눈길을 돌리는 수요자가 늘어나면서 빌라 매매 가격도 오르고 있다. 다방이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7월 서울 빌라의 평균 매매가는 3억4629만원으로, 6월(2억7034만원)보다 28.1% 상승했다.
군중심리와 맞닿아 있는 또 다른 현상으로 ‘포모(FOMO) 증후군’이라는 용어도 있다. 포모는 기회를 놓치는 데 대한 공포(fear of missing out)를 가리킨다. 대세에서 소외되거나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에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명품 오픈런에 뛰어드는 젊은 층, 빚을 내서 영끌 투자에 뛰어드는 ‘개미’ 투자자 등도 포모 증후군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래 포모는 ‘품절 임박’ ‘한정 수량’ 등을 내세워 소비자를 조급하게 하는 마케팅 기법이었다. 2000년대 들어 일종의 사회병리 현상으로 의미가 넓어졌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