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원격근무, 원격수업 등 비대면 문화는 일상 생활이 됐다. 온라인이 주는 이점도 있지만, 우리는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맞대고 다시 소통하기를 희망한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실제로 만나 대화했을 때 주는 이점과 감성적 충만함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메타버스는 가상 세계에서의 활동을 한 층 더 현실적으로 만들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초월이라는 뜻의 메타(Meta)와 세계라는 뜻의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인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가 융합돼 상호작용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메타버스가 올해 들어 급격히 부상한 키워드인만큼 회의적인 시각과 비판도 있다. 기업이 만들어 낸 마케팅 용어라는 시각이 있으며, 반짝하다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오늘날 메타버스를 둘러싼 업계의 변화를 들여다보면, 메타버스는 PC와 인터넷, 스마트폰을 잇는 넥스트 빅씽(Next Big Thing)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시장의 기회를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찾아내는 기업의 움직임에서 엿볼 수 있다. 오늘날 미국의 ‘로블록스(Roblox)’, 네이버제트의 ‘제페토(ZEPETO)’ 등 메타버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이용자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다. 이들에게 메타버스는 이미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가상의 아바타에 현실의 자아를 그대로 투영하기도 하고, 때로는 현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부캐(부 캐릭터: 또 다른 자아)’로 만들어 가상 세계에서 활동하기도 한다.
기업들은 미래의 주요 소비층이 될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메타버스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제조업계의 다양한 기업이 메타버스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메타버스는 네트워크 효과가 작용하는 플랫폼 형태를 갖기에 결국 소수의 지배적 기업만 생존할 여지가 있지만, 메타버스 관련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선점하고자 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이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메타버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 CPND(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 측면에서의 발전을 꼽을 수 있다. 공고한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플랫폼 내에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순환되어야 한다. 오늘날 로블록스가 주목을 받는 이유도 플랫폼 자체 때문이 아니라, 로블록스 플랫폼 안 개발자들이 만들어 낸 5000만개의 월드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VR(가상현실)?AR(증강현실)을 위한 HMD(Head-Mounted Display), 5G, 인공지능, 클라우드, 반도체 칩까지 메타버스 안에서의 경험을 한층 더 현실적으로 만들기 위한 기술의 발전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메타버스가 앞으로 업계의 경쟁 구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시장 질서를 재편할지에 대해선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오늘날 활발히 이뤄지는 메타버스 관련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의 출현은 분명 기존 사업자에게 영향을 줄 것이고, 이에 대비하지 못한 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기업들이 메타버스에 선제적 대응해야 할 시점은 바로 지금이다. 이를 위한 출발점으로 메타버스에 대한 기업 고유의 관점을 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정 기업에게 메타버스는 현실의 자아를 반영한 아바타가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기업에게 메타버스는 디지털 트윈과 같이 현실과 가상이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거울세계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 메타버스를 바라보는 렌즈를 넓게 설정해 기업에 적합한 메타버스의 형태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야한다.
메타버스라고해서 대단히 새롭거나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기업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현실을 초월한 세계에서 고객에게 어떠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작은 고민부터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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