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전지는 수소와 공기 속 산소의 전기화학적 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다. 연료전지에 수소를 넣으면 촉매가 수소를 양성자(수소 이온)와 전자로 깨뜨리고, 전자가 회로를 오가면서 전류가 흐른다. 양성자는 전해질을 따라 이동해 산소와 만나 물을 생성한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등 오염물질 배출이 전혀 없어 친환경 미래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보급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수소전기차를 비롯해 발전, 건물용 등으로 용도가 확산되고 있다.
연료전지의 핵심 구성품은 ‘스택’이다. 막전극집합체(MEA)와 기체확산층(GDL), 분리판으로 구성된 ‘셀’이 겹겹이 쌓여 스택을 만든다. MEA는 촉매, 전해질, 전극이 들어 있는 수십 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얇은 직사각형 막을 말한다. 전해질 종류에 따라 PEMFC(양성자교환막연료전지), SOFC(고체산화물연료전지) 등 연료전지 이름이 달라진다. 분리판은 수소와 산소 분자가 직접 섞이는 것을 막는다.
같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도 맛이 천차만별인 것처럼 MEA와 스택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연료전지 성능이 전혀 달라진다. 차량·건물·가정·발전 등 용도에 따라서도 최적화 설계 조건이 다르다.
연료전지는 보통 스택을 감싸는 양쪽 판을 붙여 사각형 박스 형태로 만든다. 양쪽 판과 분리판이 전체 무게의 80%를 차지해 이를 줄이는 게 경량화의 관건이다.
성영은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 부연구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은 조용훈 강원대 교수와 함께 구부릴 수 있는 관(管) 모양의 연료전지(사진)를 개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기존 연료전지보다 가볍고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 수 있어 연료전지 개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팀은 무거운 양쪽 판과 분리판을 대체하는 기술을 고안했다. 종이컵을 쌓아 올리듯 원뿔형 유닛(unit)을 이어 연료전지를 설계했다. 직사각형 셀을 원뿔형 유닛으로 대체해 사각형 중첩 형태가 아닌 관 모양 스택을 구현한 것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관의 안쪽을 수소의 통로로, 외부를 공기(산소) 공급면으로 활용하면 분리판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런 방식으로 MEA를 제외한 스택 구성 부품의 무게를 60% 이하로 줄였다”고 했다. 빨대를 무는 쪽의 주름진 부분처럼 자유자재로 구부리거나 늘릴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종이컵을 쌓듯 직렬 연결 규모를 늘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높은 출력을 내는 연료전지 제작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연구팀에 따르면 2개의 유닛을 직렬 연결한 빨대형 연료전지 무게는 0.22g, 부피는 0.565㎤에 불과했다. 그러면서 198밀리와트(㎽)의 전력을 냈다.
빨대형 연료전지는 소형 전자기기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차는 셀이 400장 이상 쌓인 스택으로 100㎾ 이상 전력을 내야 한다. 건물, 발전용은 수십~수백㎿ 이상 전력이 필요하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연구에서는 PEMFC를 개발했지만 수전해 시스템에도 이런 디자인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ACS)에서 발행하는 에너지 분야 학술지 ‘ACS 에너지 레터스’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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