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간담회는 고 위원장 취임 후 5대 금융지주 수장들과의 첫 만남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에 대한 금융권 협조를 구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느 때와 달리 회의장을 오가는 지주회장들의 표정은 밝은 편이었다. 전통 금융사의 생존을 위협해온 빅테크의 광폭 행보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최근 금융위는 카카오페이 등 온라인 플랫폼의 금융상품 판매 행위에 대해 ‘광고’가 아니라 ‘중개’라고 판정해 사실상 금지조치를 내렸다. 법원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징계 취소 소송에서 손 회장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고 위원장이 ‘동일 행위·동일 규제’라는 입장을 재차 밝히자 지주 회장들은 일제히 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일 행위·동일 규제는 은행 보험 증권 등 업권별로 동일한 영업 행위에는 같은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는 국제결제은행(BIS) 차원의 대원칙이다.
은행권은 그간 빅테크와 핀테크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 예외 적용’ 등의 특례에 대해 “기존 금융사들은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회의에 참석한 한 금융지주 회장은 “그동안 빅테크가 비교적 규제를 덜 받아왔는데,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다만 빅테크·핀테크와도 충분한 소통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 간 갈등이 고조됐던 대환대출(갈아타기) 플랫폼에 대해서는 시간적 여유를 두고 합의점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업권 간 의견이 다른 게 많아 대화가 많이 필요할 것 같다”며 “이를 바탕으로 협의된 안을 만들어 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가계 부채 위험을 철저히 관리해줄 것도 당부했다. 그는 “5대 금융지주의 가계대출은 국내 금융권 가계대출 총액의 절반(약 47%)을 차지할 정도로 그 역할이 중요하다”며 “실수요와 무관하거나 과도하게 지원되는 가계대출은 없는지, 제2금융권 가계대출 관리에 잠재위험은 없는지 등에도 신경 써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각 회장들은 가계 부채 증가율 목표(올해 5~6%) 내에서 대출을 관리하겠다고 답했다.
정소람/김대훈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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