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이던 전셋값이 12억 됐다…"어쩌나" 세입자들 '발동동'

입력 2021-09-12 14:25   수정 2021-09-12 15:08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에 3년째 전세로 살고 있는 김모씨는 이사갈 집을 고르다가 결국 반전세로 마음을 틀었다. 9510가구에 달하는 헬리오시티는 2018년 12월 준공된 아파트로 3년 전만해도 전세금이 최저 4억원대까지 형성됐던 단지였다.

하지만 임대차법 여파도 전세보증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일 전용 84㎡의 전셋값은 12억원이 기록됐다. 3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오른 수준이다. 때문에 김 씨같이 전세계약 갱신을 했더라도 내년에 계약만기를 앞두고 미리 움직이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문제는 임대보증금이다. 김 씨는 기존의 전세금 5억원 정도에 추가 대출을 3억원가량 받을 예정이다. 반전세로 8억원에 월세 100만원 정도를 예상했지만, 최근 들어 월세가 더 올랐다. 김 씨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집주인들이 월세를 일제히 올렸다"며 "연말에 금리가 추가 인상되면 대출금리도 오르고, 월세도 오를 것 같다보니 기존 집에서 일찍 나오더라도 빨리 반전세 집을 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김씨가 거주하는 헬리오시티의 경우 지난달 계약 신고가 이뤄진 임대차 거래 45건 중 월세를 낀 거래가 21건(46.7%)이었다.

이러한 문제가 김 씨에게 닥친 일만은 아니다. 서울에서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하고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반전세 등 월세를 낀 임대차 거래가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보증금을 늘리고 싶어도 전셋값이 워낙 오른데다 대출길까지 막히다보니 월세로 전환하는 임차인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임대차 계약(계약일 기준)은 총 1만2567건이었다. 이 가운데 (전세를 제외하고) 월세가 낀 월세, 준월세, 준전세 등 3개의 계약은 4954건으로 39.4%를 차지했다. 이는 전달(35.5%·7월)보다 3.9%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게 됐다.

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치 이하인 임대차 거래, 준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 치인 거래,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를 초과하는 거래를 말한다. 시장에서 '월세를 낸다'는 거래는 이 세 가지를 거래를 통칭해 부른다.

지난해 8월 새 임대차 법 시행 후 1년간(작년 8월∼지난달) 반전세 거래 비중은 35.1%(18만5273건 중 6만588건)에 달했다. 법 시행 전 1년간 19만6374건 중 5만5215건이 월세 거래로 28.1%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7.0%포인트 높아지게 됐다. 법 시행 이후 월별 집계에서 월세 비중이 30% 미만인 적은 아예 없을 정도다.

과거 강남권에서 집중됐던 월세 거래는 서울 전역으로 퍼졌다. 강남의 월세거래 비중은 더 높아졌고, 아파트가 몰려 있는 지역에서는 절반을 넘은 경우가 나왔다.

강남권에서는 강남구가 지난달 45.1%로 전월(39.1%) 대비 6.0%포인트 증가했고, 송파구가 33.8%에서 46.2%로 높아졌다. '마용성' 지역 중에서는 마포구가 40.0%에서 52.2%로 12.2%포인트 증가해 임대차 거래의 절반 이상이 반전세 거래였다. 강동구(33.0%→50.2%)와 중랑구(27.1%→52.4%)가 50%를 넘였다. 구로구(31.6%→46.5%), 은평구(33.8%→45.1%) 등 외곽 지역과 도심 지역인 중구(48.4%→47.2%)도 이 비율이 40%를 웃돌았다.


금리인상도 전셋값 안정에 도움이 되지를 않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금리가 인상되면 전셋값이 안정되는 게 보통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값싼 전세매물은 워낙 품귀이다보니 집주인들은 되레 "은행에 넣어 놓느니 월세를 더 받겠다"는 입장이다. 세입자들 또한 계약갱신을 하면서 보증금을 올려주기 보다는 반전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가락동의 A공인중개사는 "내년 헬리오시티는 입주 초창기에 들어온 임차인들의 계약이 만료되는데다, 임대차법 시행 2년까지 맞다보니 임차인들이 다들 서두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전세매물은 있어도 워낙 가격대가 높다보니 성사가 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집주인들이 낮추지는 않고 있다"며 "괜찮은 반전세 물량들은 월세가 오르는 추세여서 이러한 매물이라도 잡겠다는 임차인들의 문의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와중에 가을(9~11월) 이사철기 겹친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임차 수요가 많다보니 전월세 가격의 변동성도 커지는 게 보통이다. 고가의 전세물량은 기존 무주택자나 임차인이 아니더라도, 결혼이나 취업·학기 시작 등 새로 임차시장에 들어오는 수요들로 어떻게든 계약이 나오고 있다.

숨통을 트이게 해 줄 수 있는 입주 물량도 마땅치 않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9월부터 11월까지 전국에서 총 8만3059가구의 아파트가 입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0년과 비교하면 약 4000가구 줄어든 수준이며, 최근 5년 동안 2번째로 적은 물량이다. 서울에서는 6304가구만이 입주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물량(7740가구) 보다 18.5%가 줄었다. 노원구 공릉동의 태릉해링턴플레이스(1308가구),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자이(959가구), 동대문구 용두동 e편한세상청계센트럴포레(823가구) 등이 입주할 예정이다.

한편 전셋값 급등이 월세를 부추기면서 월세지수도 역대 최고치까지 올랐다.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올해 8월 서울 KB아파트 월세지수는 107을 기록했다. 직전 7월보다 0.59% 상승했다.관련 통계를 발표한 2015년 12월 이후 5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월세지수는 전용 95.86㎡ 이하 중형면적을 대상으로 산정한다. 현재 기준점은 2019년 1월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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