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당이 보인 행태는 이런 우려가 ‘기우’(杞憂)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달 정기국회 시작과 함께 카카오를 상대로 “이윤만을 추구하는 대기업 횡포를 따라간다” “탐욕과 구태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등의 격한 표현을 써가며 공세를 시작했다.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부처도 마치 역할 분담이나 한 듯이 일사불란하게 규제 방침을 발표하거나 도입을 시사했다.
여론이 나쁘지 않다고 본 민주당은 곧바로 대상을 확대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지난 10일 연 ‘플랫폼 피해단체 간담회’에는 법률서비스 플랫폼인 ‘로톡’과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 가상피팅 안경 쇼핑앱 ‘라운즈’ 등의 운영업체들까지 불려왔다. 이들은 변호사와 공인중개사, 안경사 같은 전문 직종들과 혁신 서비스로 경쟁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다. 카카오가 문어발식 확장으로 택시와 대리운전, 헤어숍, 꽃배달, 세차 분야 등에서 소상공인과 마찰을 빚는 것과 성격부터가 다르다. 민주당은 “플랫폼 기업들과 직능단체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어 국정감사 전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라고 이유를 둘러댔다. 그러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거대 직능단체들로부터 표를 얻어보자는 심산이라는 것은 어렵잖게 짐작 가능하다.
플랫폼 문제는 이렇게 특정 산업 전체를 공격하고 규제를 강화해 풀 문제가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적했듯, 국내 플랫폼산업은 아직 규제보다는 육성해야 할 시점이다. 독과점 문제 등은 소비자 편익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기존 법의 테두리 안에서 풀어내되, 플랫폼산업이 신성장 동력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세심히 배려해야 한다.
그런데도 여당은 플랫폼 규제 관련 9개 법안을 정기국회 내 처리하겠다며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여당이 지난해 의석수만 믿고 단독 처리한 ‘임대차 3법’ 등의 부작용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여당은 또 한 번 국민의 희생을 강요할 입법 폭주를 지금 당장 접고, 관련 기업·야당과 합리적 해결책을 놓고 머리를 맞대는 게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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