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스페이스X에 투자한 한국계 벤처캐피털리스트는? [데이비드 김의 이머징 마켓]

입력 2021-09-13 09:48  

≪이 기사는 09월10일(06:0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편집자주] 한국경제신문의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는 데이비드 김 노스헤드캐피털파트너스 대표와의 협업을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숨은 강소기업을 소개하고, 창업자·최고경영책임자(CEO)와의 인터뷰 대담을 게재합니다.

데이비드 김 노스헤드캐피털파트너스 대표는 투자 전문가 못지 않게 인터뷰 고수로 유명합니다. 전 세계 굵직굵직한 '큰 손'과 투자전문가를 찾아 인터뷰를 진행하고 팟캐스트 채널 'CEO 라운드테이블-브릿징 아시아'와 '아시안 인베스터스'에 게재해오고 있습니다.




미국계 벤처캐피털(VC) 레전더리벤처스는 일론 머스크가 세운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주요 투자자다. 스페이스X는 열 차례 넘는 정규 투자 라운드에서 5조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알려진 기업가치는 80조원이 넘는다. 레전더리벤처스는 그밖에 공유 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 세계 최대 이미지 공유 플랫폼 '핀터레스트' 등에도 초기 투자자로 참여해 '잭팟'을 터뜨린 바 있다.

레전더리벤처스를 이끄는 주요 인력에는 한국계 제이슨 김 제너럴 파트너가 포함돼 있다. 제이슨은 '리테일' 분야 베테랑으로 꼽힌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반갑다. 소개를 부탁한다.


"내 배경은 단순하다.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콜롬비아대를 나와 잠시 동안 변호사로 일했다. 다양한 패션 잡화를 판매하던 패밀리 오피스에서 자문 변호사로 일했는데, 이 회사가 바로 제이크루(J.Crew)다. 이후 이 회사가 사모펀드 TPG에 인수됐고 나도 TPG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VC를 설립했고, 그렇게 레전더리벤처스가 탄생했다. 우리는 소비자, 리테일, 기술 분야 회사들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소비자를 중심으로 기술과의 '교차점'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스페이스X에도 투자했는데.

"그렇다. 아주 의미있는 투자였다. 우리는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것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스페이스X가 우주의 깊은 궤도에 진입하려 한다는 자체가 정말 대단하다. 우주 산업이 자리를 잡으면 소비자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될 것이다.

모든 스타트업들은 비즈니스가 정말 크게 성장하려면 10~15년이 걸린다. 스페이스X 역시 설립된지 20년이 지난 회사다. 머스크가 2000년대 초반부터 이 사업을 구축해왔다는 사실을 대중들은 잘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테슬라의 성공을 보며 단지 몇 년만에 비즈니스가 빛을 본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진행한다. 10년 이상의 성장 궤적을 가진 회사에만 투자하는 게 철학이다.

벤처투자를 하려면 설립자, 개념, 아이디어에 투자해야 한다. 단기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전략은 옳지 않다. 10년 이상 사업이 발전하기를 기다리고, 믿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투자다."

대기업과 스타트업간의 시너지 효과는 어떤 방식으로 낼 수 있나.

"아주 어려운 질문이다. 일단 대기업이 되면 대기업이 느리다고 비판할 수 없다. 비즈니스가 더 복잡해지고 관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래서 스타트업보다 더 나은 혁신을 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스타트업 인수 전략은 가치가 있다. 비교적 유연한 스타트업들을 대기업 사업구조에 넣고 유연성을 갖게 해준다면 스타트업의 '문화'가 유지되면서도 기업 전체의 이익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투자업계, 산업계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올 것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여행'이 다시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시적 수준에서 항공업을 눈여겨 보고 있다. 따라서 주요 항공 사업자를 살펴보고 팬데믹 이전에 시가총액이 어떤 수준이었는지 살펴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미국의 은행주들과 비슷한 양상이다. 당시 주요 은행주들은 2달러, 3달러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우리는 곧 다시 40달러, 45달러 수준까지 회복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스페이스X의 항공 사업이 우주 여행과 함께 장기적으로 빛을 할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소비재 분야도 눈여겨 보고 있다. 주변에 흥미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많다. 예를 들면 많은 사람들은 여행을 갈 때 짐을 싸는 일을 귀찮아 한다. 뭔가를 빠뜨릴 위험도 있고, 또 도착해서 수하물 체크인 서비스를 이용할 때 120달러를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하지만 일종의 구독 모델을 도입한다면 어떨까. 여행지에서 필요한 수영복이나 스키복, 장비들을 구독 방식으로 어디서든 빌릴 수 있게 해주는 거다."

당신이 투자한 기업에 대해서도 말해달라.

"잘 알려진 스페이스X 외에도 여러 기업에 투자했다. 대표적인 회사가 Toybox Labs와 Gemist다. Toybox는 3D 프린팅 기술을 가진 회사다. 이를 통해 수천 개의 장난감을 프로그래밍해 집에서 손쉽게 '인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Gemist는 보석 브랜드다. 여성 창업자가 이끌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직접 자신의 보석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영국 다이아몬드 브랜드 '드비어스'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우리가 투자하는 초기 기업들의 공통점은 소비자의 행동 변화에 적응하고 있는 회사라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상당히 파괴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소비자 행동을 많이 바꿔놨다. 예전에는 물건을 사기 위해 직접 매장에서 사회적 상호 작용을 하는 것을 당연히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장소로 이동할 필요 없이 철저히 '개인화'된 시스템을 원한다. Toybox와 gemist 같은 회사들은 그런 요소들을 찾아내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었다. 아이들이 집에서 '배트맨' 장난감을 인쇄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보라.

3D프린터의 가격은 299달러 밖에 안 된다. 회사의 이익을 희생해서 가능한 많은 소비자층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 회사는 시장 침투력에 더 초점을 맞췄다.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그것이 맞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i>데이비드 김 노스헤드캐피털파트너스 대표 & 팟캐스트 'CEO 라운드테이블-브릿징 아시아(CEO Roundtable-Bridging Asia)', '아시안 인베스터스(Asian Investors)' 운영자.

정리=김종우 기자</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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