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韓 전세계 기후악당 오명…ESG 하는 척만 해선 안돼"

입력 2021-09-13 15:12   수정 2021-09-13 15:17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3일 “중소기업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없이는 대기업 수주도, 해외 수출도 불가능한 시대가 올 것”이라며 “단순히 ESG경영을 하는 척만 해서는 신용이 추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라한셀렉트 경주에서 열린 중소기업중앙회 백두포럼에 기조 강연자로 나서 “ESG경영은 중소기업에 선택이 아닌 필수이자 생존전략”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이미지 제고를 위해 사회적책임경영(CSR) 차원에서 ESG경영을 접근한 사례가 많았다”며 “ESG를 하는 척(그린 워시)만 해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린 워시란 친환경적인 경영과 이미지로 포장만 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탄소국경세’를 신설해 물건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에 따라 세금을 매길 예정”이라며 “네덜란드 연기금(APG)이 해외 석탄발전소 문제 때문에 한국전력 투자금을 회수한 사례도 유념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기업의 ESG경영 확대를 위해선 △최고경영자(CEO)의 확고한 ESG경영 신념 △잘할 수 있는 ESG분야 집중 △정부, 대기업, 중소기업간 상생협력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이행노력은 따라오지 않고 있다며 작심 비판했다. 그는 국회에서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2018년 대비 35%줄이겠다는 법을 통과시켰지만 여기에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은 50%이상의 감축안을 내놨다”며 “한국이 전세계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자손에게 물려주면 되겠나”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기후 변화는 위기를 넘어 재앙 수준”이라며 “코로나19와 기후변화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인류가 기후 변화 문제를 등한시해 코로나19가 발생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또 "많은 기후학자들은 남극과 북극 빙하에 100만개의 바이러스가 있는데, 이 얼음이 녹으면서 인류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고 했다.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백두포럼은 중소기업 대표 글로벌 포럼이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탄소중립 목표치 달성에 차질을 주는 기업과는 거래를 중단했고 미국과 EU는 고탄소 수입품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세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며 “이러한 규제 흐름은 신무역장벽으로 작용해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환경규제가 중소기업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현장을 고려해 시행 속도를 조절하고 적절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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