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알리바바그룹 계열 핀테크 업체 앤트그룹에서 핵심 사업인 소액대출업을 분리해 국유화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앤트그룹에 모바일결제 앱인 알리페이에서 대출 서비스를 분리해 별도의 앱을 출시하라고 지시했다. 알리페이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다양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독점적인 결제 수단으로 쓰인다.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에 내장돼 있는 위챗페이와 함께 중국 결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앤트그룹은 10억 명에 달하는 알리페이 사용자 정보를 바탕으로 소액대출, 보험, 펀드 등 금융사업을 확장해왔다. 작년 6월 말 기준 앤트그룹의 전체 매출에서 소액대출 비중은 39%에 이른다. 재테크 상품 판매가 16%, 보험은 8%를 차지하고 있다. 본업인 결제 부문 비중은 36%다. 알리페이 앱에서 소액대출 서비스를 분리하면 매출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당국은 앤트그룹에 소액대출업 분리를 명령하면서 소비자 정보 관리, 신용평가 부문도 떼어내 앤트그룹과 국유기업이 합작 설립하는 회사로 이관하도록 했다.
앤트그룹은 알리바바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소비자들의 거래 정보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신용평가 체계를 갖추고 대형은행으로부터 대출받기 어려운 사람에게도 돈을 빌려주는 사업을 벌여왔다. 앤트그룹이 초기엔 서민들의 금융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줬으나 최근에는 고리대금업으로 변질됐다는 게 중국 당국의 판단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새 합작회사는 앤트그룹과 국유기업인 저장관광투자그룹이 각각 35%의 지분을 소유한다. 다른 국유기업인 항저우금융투자그룹 등도 지분을 일부 보유한다. 앞으로 대출이 필요한 알리페이 사용자는 합작회사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