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IMP)’. 2011년 시작한 이 행사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IMP를 통해 발굴된 기업은 총 125개, 지원한 기업은 수천 개에 달한다. 지난 7월엔 포스텍 내 창업 공간인 ‘체인지업그라운드’를 개관하면서 벤처 육성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2023년까지 포스코가 벤처 육성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만 1조원에 달한다.
포스코의 스타트업 육성·투자를 총괄하고 있는 박성진 포스코 산학연협력실장(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사진)을 최근 체인지업그라운드에서 만났다. 그는 “IMP는 내가 1회 사회를 직접 봤을 정도로 인연이 깊다”며 “체인지업그라운드를 통해 ‘딥 테크(deep tech)’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체인지업그라운드는 지상 7층 규모의 건물로 연구·실험실, 3차원(3D) 프린팅 장비, 가상현실(VR) 제작 장비 등을 갖춘 점이 특징이다. 현재 71개 기업이 입주했다. 박 실장은 “서울이 창업 중심지이긴 하지만 기술 중심 기업들은 연구개발을 위해 이곳에 입주하고 있다”며 “전문장비는 창업 공간 중 가장 우수하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전문 시설까지 지어가며 스타트업 육성에 팔을 걷은 이유는 뭘까. 그는 “스타트업 투자는 ‘비즈니스’”라고 강조했다. 신생기업 육성뿐만 아니라 투자 수익까지 내는 당당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박 실장은 “과거에는 대기업들이 모든 신기술·신사업을 개발하려 했지만 지금은 스타트업의 창의성에 투자하고 있다”며 “성장하면서 투자 수익도 내니 일석이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포스텍 1기 졸업생이다. 그런 만큼 모교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포스텍 졸업생들로 구성된 기업가 모임, 변리사 모임, 벤처캐피털 모임도 2010년부터 그가 주도해 만들었다. 세계적인 기업을 배출해내는 미국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만큼 포스텍도 우수한 기업들을 배출하자는 목표다. 박 실장은 “MIT는 동문 기업들의 시가총액만 2000조원에 달한다”며 “선배로서 목표는 포스코를 뛰어넘는 동문 기업을 육성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창업자는 ‘유니콘 기업’을 꿈꾸고 창업한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성공할 수는 없다. 박 실장이 스타트업 대표를 만나 자주 하는 이야기도 “언제나 배곯는 날이 올 수 있다”는 말이다. 그 역시 젊은 시절 창업에서 ‘쓴맛’을 본 아픈 기억이 있다. “첫 직장을 다니다 주변 동료들의 권유로 2001년 한 신생기업 창립 멤버로 합류해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그런데 사업이 잘 안 풀려서 6개월간 월급을 받지 못했어요. 이미 애도 있는 처지였는데 참 괴로웠죠. 우여곡절 끝에 다른 일자리를 구하게 돼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지만 그때 창업가란 참 수많은 고난에 부딪히는 자리라는 걸 느꼈습니다.”
박 실장은 “지역 바이오벤처 육성을 위해 경상북도와 협력해 도민 DNA 검사 등 다양한 협력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며 “포스코의 주력 산업과 협력할 수 있는 기업도 전폭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포항=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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