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판 최대 화두로 떠오른 단어는 ‘MZ(밀레니얼+Z세대)’다. 1980년대 이후 태어난 20~30대를 뜻한다. 전체 유권자에서 이들은 약 35% 정도 차지한다. 역대 선거에서 이들은 낮은 투표율로 인해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변화가 생겼다. 지난 4·7 재·보선의 경우 이들이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과거 20~30대는 진보 성향을 보였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는 것도 한 특징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20대는 보수 정당 지지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 그러나 어떤 주자도 MZ세대를 압도적으로 장악한 후보는 없다. ‘스윙보터(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없이 그때그때의 정치 상황과 이슈에 따라 투표)’ 특성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여야 대선주자들은 이들의 표심을 겨냥한 공약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수천억원, 수조원은 기본이다. 수십조원에 이르는 공약도 적지 않다. 그러나 여야 모두 재원 대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나라 빚으로 해결해야 할 공산이 크다. 결국 이 빚은 세월이 지나 MZ가 짊어져야 한다. 앞에선 뿌리고 뒤로는 이들에 빚을 떠안긴다.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괴는 ‘조삼모사(朝三暮四)’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023년부터 19세부터 29세까지 청년에게 연간 100만원의 청년 소득 지급 방안을 제시했다. 보편적 기본소득과 합산하면 임기 말에 1인당 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임기 안에 모든 국민에게 해마다 100만원을 나눠 주는 것도 공약했다.
이 지사는 19~34세 청년에게 신용을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연 이율 3%에 1000만원까지 빌려 주고, 이후 전국민에게 확대하는 기본대출도 제안한 바 있다. 2019년 기준 만 19~34세 청년은 1019만명에 달한다. 연체 이자와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지역신보가 감당해야 하는데, 결국 부실을 민간 금융사와 국민에게 떠넘기게 된다.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발생 가능성이 크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군 복무를 한 남성들이 제대할 때 사회 출발 자금으로 30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장병들 월급을 올리고, 이들을 대상으로 현재 시행중인 내일준비적급을 활용해 비과세 이율 등 인센티브 확대 등 방안을 제시했다. 그렇더라도 3000만원 지급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의힘 주자들도 마찬가지다. 유승민 전 의원은 군 복무를 마친 청년에게 주택자금 1억 원 한도의 무이자 융자를 제시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청년의 대학 등록금과 직업교육훈련비, 창업·창직 준비금으로 쓸 수 있는 2000만 원을 지급하는 ‘청년교육카드’를 내놨다.
국민의힘 주자들은 특히 청년 주거 공약 경쟁이 치열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임기 내 청년과 신혼부부, 무주택 가구 등에 건설 원가로 총 5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신혼부부·청년층 등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욜(LTV) 80%로 상향, 저리 융자 등 금융 지원도 약속했다.
홍준표 의원은 도심을 초고층·고밀도로 개발해 청년들에게 저렴하게 공급, 직장과 주거가 근접할 수 있게 하면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교통량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토지임대부 분양 방식의 ‘반값 주택’을 내세우고 있고, 유승민 전 의원은 생애 최초 및 신혼부부에 대해 LTV 규제 대폭 완화 및 개인당 2억원 한도 내에서 저리 대출 등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청년이 진짜 원하는 것은 돈 몇푼을 쥐어주는 것이 아니라 월급이 제대로 나오는 질 좋은 일자리다. 대선주자들은 이에 대한 방안은 내놓지 않고, 눈앞의 ‘사탕발림’에만 열중하고 있다.
홍영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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