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페이스북, 트럼프·네이마르 등 유명인사는 제재 눈감아줬다"

입력 2021-09-14 11:55   수정 2021-09-14 12:42


미국 소셜미디어 기업 페이스북이 정치인 등 유명인사의 게시글에 문제가 있더라도 묵인해주는 ‘특혜’를 제공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팔로워가 많은 VIP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X체크(XCheck·크로스체크)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X체크는 페이스북이 정한 특정 이용자에 한해 게시글 검토·삭제 등 제재를 면제해주거나 완화 적용해주는 일종의 ‘화이트리스트’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페이스북에서는 30억명의 이용자들이 엘리트들과 동등한 지위에서 발언할 수 있으며 페이스북은 모두에게 같은 규칙을 적용한다”는 발언과는 상충된 행위라고 WSJ는 분석했다. X체크 대상자는 지난해 기준 580만명이었다.

X체크의 부작용이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는 2019년 축구선수 네이마르의 누드사진 게시 사건이었다고 WSJ는 전했다. 그해 네이마르는 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한 여성의 누드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다. 페이스북이 삭제 조치하기까지 해당 게시물의 조회수는 수천만건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X체크가 적용된 유명인사들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백신 음모론, 정치인들에 대한 가짜뉴스 등이 널리 유포됐다고 WSJ는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페이스북 계정도 X체크 대상이었다. 페이스북은 일반 이용자들의 게시물이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즉각 차단 등을 했지만 X체크 대상자들에게는 스스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24시간의 유예시간을 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X체크 대상인 VIP들의 게시물을 페이스북 직원이 제재하기 위해서는 저커버그나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 등 유력 정치인들도 X체크의 보호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페이스북은 플랫폼에서 보이지 않는 엘리트 계층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은 “콘텐츠 정책 수립을 위한 단계 중 하나로 X체크를 고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WSJ는 페이스북 내부 관계자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및 정치인들에게 X체크와 관련한 내부자 고발을 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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