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음주 상태로 오픈카를 몰다 여자친구인 피해자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남성의 3차 공판이 열린 가운데, 유족이 재판부를 향해 피고인의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13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34)에 대한 3차 공판을 진행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11월 10일 오전 1시께 제주시 한림읍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렌터카를 몰고 가던 중 사고를 내 조수석에 타고 있던 여자친구를 사망케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18%였다.
당시 A 씨는 시속 114㎞로 질주하다 왼쪽으로 굽은 도로에서 연석을 들이받은 뒤 도롯가에 세워져 있던 경운기를 들이받았다. 사고차량은 일명 '오픈카'라고 불리는 컨버터블형 차량으로 당시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B씨는 차 밖으로 튕겨 나갔고 크게 다쳤다.
병원에 후송된 B씨는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불명 상태로 지내다 이듬해 8월 결국 숨졌다.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이 신청한 증인인 피해자 B씨의 언니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동생과 말다툼을 한 뒤에 ‘안전벨트 안 맸네?’라고 말하자 마자 급가속해 사고를 낸 것은 동생을 죽이려고 한 것”이라며 “부디 피고인을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고 주장했다.
B씨의 어머니는 피고인을 딸의 사고 후에 병원에서 처음 만났던 때를 회상했다. 그는 “당시 딸은 의식을 잃고 누워있었는데 피고인은 멀쩡한 모습이라 ‘너는 안 다쳤느냐’고 묻자 ‘모르겠다’는 대답을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까지 하려고 했던 사람이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어떻게 면회 한 번을 안 올 수 있느냐”며 “우리 딸의 억울함만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열린 2차 공판에서는 사고 직전 현장 상황이 담긴 녹취파일이 공개되기도 했다. 해당 파일에는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음이 울리자, A씨가 “안전벨트를 안 맸네?”라고 말한 뒤 굉음을 울리며 과속 운전을 한 정황이 담겼다. 이후 바로 사고가 발생했다.
검찰이 A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기소한 상황이라 사고의 고의성을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A씨가 평소 B씨에게 여러 차례 헤어지자고 했으나 B씨가 이를 계속해서 거부하자 범행했다고 판단했다. 사건 직전까지도 이들이 서로 비슷한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피고인의 변호인 측은 음주운전으로 일어난 사고에는 사과하면서도 사고의 고의는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사고 당일까지도 제주 여행에서 다정하게 사진을 찍으며 지냈다. 살인 혐의를 씌운 건 검찰의 무리한 기소다"라고 항변했다.
아울러 "차량 운행기록에도 피고인이 사고를 피하려고 브레이크를 밟은 흔적이 있었다"고 했고 A씨는 "당시 술을 마신 중간부터 사고가 날 때까지 기억이 없다"고 하는 상황이다.
한편, 해당 사건의 4차 공판은 오는 11월4일 이어진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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