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경기 둔화로 주춤했던 국제 원자재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니켈 가격은 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리튬 가격은 2018년 이후, 알루미늄 가격은 2008년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델타 변이 공포로 움츠렸던 상품 수요가 다시 살아나는 반면 물류 차질, 생산량 감소 등 원자재 공급망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니켈 가격을 밀어올리는 주요인으로는 급증하는 스테인리스강과 배터리 수요가 지목된다. 짐 레넌 맥쿼리 애널리스트는 “스테인리스강 생산량이 올해 16% 늘어나면서 니켈 수요가 25만t 추가될 것”이라며 “배터리에 쓰이는 니켈 수요는 작년보다 10만t 증가해 약 29만t에 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수요와 달리 재고는 급감하고 있다. 13일 기준 LME의 니켈 재고량은 17만7078t으로, 지난 4월 21일(24만4606t)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재고 확보가 어려워지자 3개월 선물 가격에 프리미엄이 붙기도 했다.
전기자동차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자동차업계는 니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해 가장 큰 고민은 니켈”이라고 밝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호주의 BHP와 니켈 공급 계약을 맺는 등 물량 확보에 안간힘이다.
BHP와 세계 4위 철광석 회사 FMG는 캐나다 니켈 광산을 보유한 광산 개발업체 노론트리소시스 인수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배터리 소재업체 GEM과 같은 중국 기업도 서둘러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니켈 채굴량의 30~40%를 차지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니켈주’가 주목받고 있다. 세계 3대 니켈 생산기업으로는 브라질 발레와 BHP, 영국의 리오틴토가 꼽힌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은 3669억달러(약 429조원)에 달한다. 독일 슈니처스틸, 미국 ATI, 러시아 메첼 등도 10대 니켈주에 포함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알루미늄 가격은 t당 약 3000달러로, 13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지난 5월 t당 1만75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구리 가격은 하락하다가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로 쓰이는 탄산리튬 가격은 3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다만 모든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 상품시장에서 철광석 선물 가격은 지난 5월 고점 대비 약 45% 하락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중국의 철강산업 규제로 기대 수요가 줄어든 때문이다. 농업 부문에서는 곡물 선물 가격이 최근 몇 개월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곡물 수확량 전망이 계속 개선되고 있어서다.
블룸버그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 소비자 비용 상승, 중앙은행의 경기 부양 조치 억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독일 코메르츠은행 관계자는 “알루미늄의 경우 과매수되는 등 현재 원자재 가격이 과도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아직 추세가 반전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박상용/이지현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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