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비서가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설정한다. 실시간 교통량 정보를 기반으로 다른 이에게 도착 예정 시간을 문자로 보낸다. 통풍 기능을 켜고 차량 내 온도를 조정하는 일도 AI의 몫이다. 날씨에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받아 틀 수도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 한번 떼지 않은 채 음성만으로 이뤄진다. 자동차를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바꾼 것이다. SK텔레콤이 완성차 기업 볼보와 협력해 내놓은 통합형 차량 인포테인먼트(IVI) 시스템 얘기다.
이는 국내 통신사의 통합형 IVI가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시판 차량에 선탑재된 첫 사례다. 볼보는 작년 국내 시장에서 총 1만2798대를 팔았다. 이 중 XC60 비중이 19.8%에 달한다.
SK텔레콤과 볼보는 2년 동안 약 300억원을 들여 볼보 전용 IVI를 개발했다.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 앱 등을 연결해 미러링 형태로 서비스를 쓸 수 있는 기존 방식과 달리 자동차에 직접 차량용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설치하는 AAOS 방식을 채택했다. 기존 T맵 서비스의 UX를 차량 계기판과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등 자동차 환경에 맞게 일부 바꾼 T맵 오토를 기반으로 한다. 박서하 티맵모빌리티 스마트비히클 그룹장은 “AAOS를 쓰면 다른 방식보다 서비스를 자유롭게 추가하고 확장할 수 있다”며 “T맵 오토에 플로 등 다른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동할 수 있는 것도 이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 특화 데이터도 활용했다. 그간 볼보 차의 내비게이션은 글로벌 기업 히어의 지도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했다. 하지만 이젠 국내 1위 내비게이션 사업자인 티맵모빌리티의 DB와 실시간 교통 정보를 서비스할 수 있게 됐다. 통합 IVI의 모든 서비스는 무선망으로 업데이트돼 이용자가 따로 서비스센터를 방문할 필요가 없다.
볼보는 이번에 공개한 통합형 IVI를 국내 시장에 내놓는 모든 신차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IVI 기능을 바탕으로 차량 내 결제 서비스 등도 늘린다. SK텔레콤은 향후 통합형 IVI에 5G(5세대 통신) 방식을 적용해 차량 내에서 초고화질 대용량 미디어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정보기술(IT) 기업들은 IVI 관련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두고 IT 네트워크와 차량을 연결한 ‘커넥티드카’가 유망 분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미래차산업에선 커넥티비티, 인포테인먼트 등의 서비스로 차별화하는 게 매우 중요해 IVI를 확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는 2030년 커넥티드카 관련 시장 규모가 1조5000억달러(약 175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선한결/김형규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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