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중동전쟁에서는 이집트 해군이 소련제 스틱스 미사일로 2500t이 넘는 이스라엘 해군 구축함을 격침시켰다. 이 사건 이후 서방국가들의 미사일 개발 경쟁이 불붙었다.
오늘날 순항미사일의 대명사는 미국이 개발한 토마호크다. 1991년 걸프전부터 이라크전, 리비아전에서 가공할 위력을 잇따라 입증했다. 2011년 리비아를 상대로 한 ‘오디세이 새벽 작전’에서는 한 번에 토마호크 124발을 쏘아 적의 방공망을 완전히 붕괴시켰다.
순항미사일은 시속 700~900㎞로 초저공 비행해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다. 발사 징후를 미리 탐지해야 대응할 수 있다. 고성능 유도장치로 궤도를 수정하며 날기 때문에 표적 명중률도 높다. 이보다 더 빠르고 강력한 것은 ‘탄도(彈道·ballistic)미사일’이다. 로켓을 이용해 대기권 밖으로 치솟았다가 포물선을 그리며 낙하한다. 낙하속도가 마하 4~8에 달해 방어가 매우 어렵다.
북한이 지난 11, 12일 시험발사한 장거리 순항미사일은 토마호크와 비슷하다. 126분간 1500㎞를 날아 표적에 명중한 이 미사일을 우리 군은 탐지하지 못했다. 지난 3월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의 최종 낙하 단계를 놓친 데 이어 또다시 요격·방공망에 허점을 드러냈다.
북한 김정은은 올 1월 “전술핵 탑재용 신형무기 개발을 앞당기겠다”고 공언했다. 저고도 정밀타격이 가능한 장거리 순항미사일에 소형 핵탄두를 싣는 게 목표라는 것이다. 그러면 군사적 균형이 일거에 무너진다. 그나마 미국이 “북의 미사일 도발 기간에 미사일 요격 성능 향상시험에 성공했다”며 대북 경고성 입장을 밝혔지만, 우리 정부는 “예의주시 중” “대화 필요” 등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제트엔진을 단 순항미사일이든, 로켓 동력으로 비행하는 탄도미사일이든 한 번 쏘면 돌이킬 수 없다. 재래식 무기도 가공할 만하지만 핵을 장착하면 그야말로 치명타다. 토마호크라는 이름부터 아메리카 원주민의 살상용 ‘도끼’에서 유래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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