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사조산업은 서울 중구 롯데손해보험빌딩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감사위원회 구성 등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가결시켰다. 참석 지분의 74.66%(306만5226) 동의를 얻은 결과다. 변경된 정관에는 ‘감사위원회는 3인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감사위원은 전원 사외이사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송종국 소액주주연대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려던 소액주주들의 안건은 자동 폐기됐다. 기존 정관에는 '감사위원회 위원은 사외이사가 아니더라도 관계법령의 요건을 갖추면 된다'고 돼있던 것을 '전원 사외이사'로 바꿨기 때문이다.
소액주주연대가 제안한 주 회장의 해임 건도 폐기됐다. 등기이사 해임에는 참석 의결권의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주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이 56%를 넘기 때문이다. 사조산업의 주요주주인 연기금은 이번 임시주총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고 외국인 주주들은 주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소액주주연대 측이 보유한 위임장은 총 800장으로 약 21.2% 지분에 그쳤다.
이번 임시 주총은 지난해 회사 소유의 골프클럽 캐슬렉스서울과 주지홍 부사장이 1대 주주인 골프클럽 캐슬렉스제주의 합병을 추진했던 점 등을 소액주주들이 문제 삼으면서 열리게 됐다. 주 회장이 자신의 아들인 주 부사장의 골프클럽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회사 소유의 골프클럽과 합병을 추진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소액주주연대측은 "주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회사에 손해를 입히려 했다"며 "경영 정상화 및 주 회장의 이사 해임"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안건인 감사위원회 사외이사 선임 건도 회사측의 승리로 끝났다. 송종국 소액주주연대 대표와 안영식 대성삼경회계법인 회계사가 한 자리를 놓고 대결했지만 회사측인 안 회계사가 선임됐다.
감사위원회 사외이사 선임 건은 '개별 3%룰'이 적용됐다. 지난해 말 개정된 상법에 따라 이사회 내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각자 최대 3%까지만 인정되는 것이다. 사조산업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56.56%인데 이 의결권이 3%로 쪼그라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 회장과 특수관계자들은 앞서 지분을 3%씩 나누는 작업을 마쳤다. 임시 주총 전부터 "소액주주들이 불리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 이유다.
이날 임시주총은 소액주주연대가 "사측이 받은 위임장에서 인증서류가 누락됐다"는 주장을 펴면서 3시간 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오전 9시께 시작된 임시주총은 오후 4시30분께 마무리됐다.
소액주주연대의 '패'로 끝났지만 연대측은 계속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송종국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사조그룹은 방만경영에 지배구조도 취약하기 때문에 앞으로 사모펀드를 비롯해 조직화된 주주, 정부(국민연금) 등과도 연대할 계획"이라며 "주주연대는 사조그룹 오너가 주주가치를 재고하고 사익 편취를 근절할 때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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