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은 ‘남한산성’ ‘수상한 그녀’ ‘도가니’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흥행작을 탄생시킨 황동혁 감독이 맡았다. 황 감독은 어린 시절 친구들과 즐겼던 오징어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15일 제작발표회에서 “오징어 게임은 내가 어릴 때 하던 놀이 중 가장 육체적인 놀이이자 좋아했던 것”이라며 “현대의 경쟁사회를 상징적으로 은유하는 게임인 것 같아 제목도 그렇게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야기는 사채를 쓰고 쫓기는 기훈(이정재 분)을 비롯해 빚을 지고 살아가는 456명을 대상으로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이 진행되면서 시작된다. 참가자들은 거액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게임에 참여한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 여섯 가지 추억의 게임은 이들을 처절하게 무너뜨리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작품은 우선 화려하고 거대한 세트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황 감독은 “게임장이 가상의 공간이라 모든 세트를 지어야 했는데, 최대한 컴퓨터그래픽을 배제하고 색감과 아기자기한 소도구 등을 활용해 아이들이 뛰어노는 공간처럼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이 공간에선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익명의 존재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독특하고 묘한 제안으로 채무자의 심리를 자극하고, 게임에 참여시킨다. 참가자들은 함정에 빠진 걸 알게 되고도 거액을 차지하기 위해 각각의 욕망을 표출하기 시작한다.
그중에서도 기훈과 그의 잘난 동네 이웃 상우(박해수 분)는 극한의 경쟁 속에서 뜻하지 않게 낙오하고 좌절하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정재는 “시나리오에 다양한 상황과 감정이 잘 녹아 있어 재밌을 것 같아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전 캐릭터들과 달리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는 데 대해서는 “‘변신’이라고 말할 것까지는 아니지만 나도 드라마를 보고 한동안 정말 많이 웃었다”고 했다. 박해수는 “수많은 인간 군상이 나오는데 그들의 섬세한 심리 변화와 성장 과정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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