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애틀랜타연방은행과 노동부 자료를 인용해 미국인들의 지난달 실질임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줄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명목임금에 인플레이션을 반영하면 실질임금이 된다.
미국 기업들이 앞다퉈 임금 인상에 나서고 있는 현실과는 상반된 결과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이날 창고, 운송 담당 근로자 12만5000명을 추가로 고용하고 평균 임금을 시간당 18달러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앞서 월마트 등 유통기업과 패스트푸드 기업들도 시급을 올렸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임금 상승효과를 갉아먹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3% 올랐다. 7월 상승률(5.4%)보다는 소폭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저소득층이라는 분석이다. 저소득층이 주로 종사하는 단순 근로 수요가 늘면서 시급도 가파르게 뛰었지만 물가가 치솟고 있어서다. 저소득층(하위 25%)의 지난달 명목임금 상승률은 2002년 이후 19년 만에 최대치인 4.8%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고소득층(상위 25%)의 임금 상승률(2.8%)보다 높았다.
그러나 식료품비, 연료비, 집세 등도 모두 오르면서 저소득층의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서 달걀, 육류 등 단백질 식품 가격은 작년 2월부터 지난달까지 연 환산 기준으로 8% 이상 오르며 ‘프로틴플레이션(프로틴+인플레이션)’ 사태를 빚고 있다. 엥겔지수(가계 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가 높은 저소득층에 타격이 큰 이유다.
같은 기간 휘발유 가격은 연 환산 기준으로 11% 상승했다. 원격근무가 불가능한 현장 업무에 주로 종사하는 저소득층은 휘발유 소비량이 많다. 집세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WSJ는 “임금은 올랐지만 미국인들은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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