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을 막론하고 ESG 열풍이 뜨겁습니다. ‘환경친화적’이란 뜻의 Environmental,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이란 뜻의 Social, ‘지배구조가 건전한’이란 뜻을 표현하는 Governance의 약자인 ESG는 작년 이후 가장 핫한 투자의 화두입니다.
2020년 1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자산운용의 래리 핑크 회장의 편지는 그야말로 ESG를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르게 하는 촉발점이 됩니다. 피투자기업의 CEO에게 보낸 편지는 ‘금융의 근본적 구조재편’이라는 제목으로, 고객에게 발송된 편지는 ‘블랙록의 새로운 투자 기준으로서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로 보낸 편지였습니다.
이후 각 기업들은 투자자를 향해, 고객을 향해, 또 정부를 향해 ESG경영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ESG에 힘쓰고 있는 기업들의 주가가 그렇지 않은 기업들의 주가보다 더 상승하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ESG펀드들, 특히 ESG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상장되어 있는 ESG 상장지수펀드(ETF)와 ESG 상장지수증권(ETN)은 11개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속을 들여다보면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RIRANG ESG우수기업 ETF(코드:278420)의 주요 구성 내역을 살펴보면 에스원, CJ제일제당, 삼천리, SK가스, NAVER, 한솔제지, 농심, 삼성화재, 세방, 한솔케미칼 등으로 코스피시가총액 상위기업 순이 아님을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이 ETF는 WISE ESG우수기업지수를 추종하는 ETF입니다. (이하 2021년 9월10일 기준)직전 1년 수익률은 +33.06%입니다.
FOCUS ESG리더스 ETF(코드:285690)는 KRX ESG Leaders150지수를 추종하는 ETF인데, HMM, SK이노베이션, S-Oil, KT, 두산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SKC, 삼성화재 등이 주요 구성 종목들입니다. 확실히 시가총액 상위종목과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직전 1년 수익률은 +45.13%입니다.
반면 KODEX200ESG ETF(코드:337160)의 주요 구성 종목 내역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NAVER, 카카오, 삼성SDI, LG화학, 현대차 등 기존의 KOSPI시가총액 상위기업들이 거의 그대로 포진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ETF는 코스피200ESG지수를 추종하는 ETF입니다. 이 ETF의 경우 KOSPI지수와 큰 차별성 없는 수익률의 궤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38.03%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TIGER MSCI KOREA ESG 유니버설(코드:289250)도 마찬가지입니다. MSCI Korea ESG Universal Index 를 추종하고 있는 ETF인데, 주요 구성종목 내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카카오, NAVER, 삼성SDI 등입니다. 역시 코스피 지수와 거의 비슷한 모습을 보여줄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1년간 31.66%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실 투자자들은 이름에 ESG가 들어간 ETF에 투자할 때에는 착한기업에 투자하고 싶었을 겁니다. 단순히 기존의 시가총액 상위종목에 투자하기 보다는 환경문제, 사회적책임분제, 지배구조문제 등에 관심이 컸을 겁니다. 그런데, 일반 인덱스펀드와 거의 유사한 포트포리오로 구성됐다는 것을 알게 되면 수익률과 관계없이 의아한 생각이 들 수 있을 것입니다. ESG투자에 힘쓰는 기업들에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라면 반드시 ETF의 이름 뿐만 아니라 추종지수 및 구성내역을 한 번 쯤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에 상장된 ETF도 큰 차이는 없나봅니다. 미국의 ESG기업들에 투자하는 ESG관련ETF 중 대표적인 ETF는 블랙록에서 운용하는 ESGU ETF와 뱅가드사에서 운용하는 ESGV ETF입니다. ESGU ETF의 주요 구성종목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구글), 페이스북 등이며, ESGV ETF의 주요 구성종목들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구글), 페이스북 등으로 기존의 시가총액 순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진짜 ESG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착한 기업들에게 투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재영 웰스에듀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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