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의 성 관련 강의가 여성 위주로 편향됐다는 지적이 불거져 온라인 상에서 논란이다.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학교 과목 중 '성, 사랑, 사회' 과목의 과제가 이상하다"는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 A 씨는 "과제를 하려고 내용을 읽어보니 냄새가 나는데 제가 극단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인지 확인 해 달라"며 과제 사진을 올렸다.
과제는 학번에 맞춰 작성하면 되며 △여성 콤플렉스의 양상과 특징, 남성 콤플렉스에 대한 서술, △한국사회에서의 여성정책 과정과 나아갈 방향, △경험에 근거해 연애, 데이트, 결혼과 같은 관계에서의 낭만적 사랑, 대중매체 젠더 고정관념이 미치는 영향, △가족, 직장, 학교에서 젠더 폭력이 발생하는 구조와 이차 가해 혹은 피해의 이유, △ 여성노동자가 차별받는 양상과 이유를 성별 분업 이데올로기와 관련해 설명하고 대안을 서술하는 방식이었다.
A 씨가 올린 과제에 대해 남초 커뮤니티 회원들은 "페미 냄새가 진하게 난다", "페미 과목 이수하는 것 같다", "인권교육이랍시고 젠더에 대한 사상 강요가 많은 것 같다", "젠더라는 주제에 대한 강의인데 남성에 대한 항목은 없는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국사회에서의 여성 정책 이슈'를 과제로 해야 하는 A 씨는 온라인을 통해 교수에게 질문을 남겼다. 그는 "평소 젠더 분쟁에 관심이 많았고 남녀 간 성의 차이를 인정하고 배려해주길 바라는 학우다. 남자라 이 과제를 못하겠다는 말은 아니지만 여성정책의 긍정적인 부분보다 부정적인 부분을 생각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수께서 과제를 평가할 때 한쪽에 편향되지 않고 중립성을 지키고 채점하는 건지 궁금하다.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제 생각을 적는 것을 최대한 자제할 것이고 점수를 위해 전형적인 내용을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A 씨의 질문에 B 교수는 "담당 교수의 객관성 및 중립성에 대해 애초에 신뢰할 수 없다면 수강 취소를 하길 바란다. 근거나 사건이 발생한 것도 아닌데 학우 본인의 짐작으로 교수가 채점에서 중립성을 지키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교수에게 질문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과제물 문제와 평가 기준은 고재에 근거해 이루어진다"라고 덧붙였다.
이 답변에 A 씨는 "중립성 질문을 했던 첫 번째 이유는 해당 과목의 내용이 남성과 여성 모두가 아닌 여성 위주의 교육방식인 것이고, 두 번째는 한 학우에게 남성도 성차별이 있다는 내용이 담긴 과제를 올렸는데 점수가 잘 안 나왔다는 소문을 들어서다"라고 했다.
그는 "교수 말대로 수강 변경할 테니 대놓고 말하겠다. 인강도 들어보고 과제도 보니 남성에 대한 내용은 하나 없고 여성의 피해의식에 대한 내용"이라며 "교수 덕분에 한국의 성교육 수준이 발전이 없고 오히려 남녀 갈등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걸 아주 많이 느낀다"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B 교수는 "이 교과목은 개인의 주관적 관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연구와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해 만들었다. 학계에서 널리 인정받는 내용으로 성 구분이 필요 없다. 전문가들이 고심해 만든 교재와 교과목 내용을 근거 없이 소문에 의해 재단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대학에서 교육을 받겠다는 생각 없이 왜 강의를 수강하는지 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A 씨는 "학력과 지식이 부족한 저따위보다 사회에서 인정받고 학위 높은 똑똑한 분들이 연구해 만든 거니 반박하지 말라는 내용"이라며 "이렇게 편향적이면서 형편없는 수준의 과목일 줄은 몰랐다"고 비난했다.
이어 "교수께서 중립성을 가지고 평가한다고 답변만 줬어도 어느 정도 수긍하고 남녀 간 성향과 장단점, 여성에게 필요 없는 정책을 분석해 제출했을 것"이라며 "여혐 없는 사람들도 화가 난다며 비추하는 과목이라는 반응이 있다"고 말했다.
A 씨의 글에 B 교수는 일부에서 공유되는 편견과 혐오의 감정으로 대학교육을 평가했다며 강의에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되었다며 '박제'하겠다고 했다.
A 씨는 "여성을 싫어하거나 혐오한다는 언급을 한 적도 없다. 대학교육 평가도 이 과목이 처음이다. 이 과목은 어떻게 이렇게 편향적인 내용들만 담겨있는지 모르겠다. 남성 인관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A 씨는 국민신문고에도 2차례 민원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B 교수는 뉴스1에 "이렇게 공격적으로 자신이 생각을 강하게 이야기 하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불만을 갖고 있는 일부 20대 남성들을 어떻게 끌고 갈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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