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왜 블랙록을 원하는가

입력 2021-09-16 17:31   수정 2021-09-17 00:05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지난달 30일 중국에서 10억달러 규모의 뮤추얼펀드를 출시하자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는 의문을 던졌다. 블랙록과 중국 정부는 무슨 의도로 협력하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중국 정부가 부분적으로라도 외국에 개방하고 있는 분야는 금융시장이다.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10년 동안 중국은 민간기업 탄압을 확대해왔다. 반면 정치권력은 더 강해졌다. 중국은 국유기업의 범위를 넓혀왔고, 기술 기업들의 해외 증시 상장도 막았다. 이런 조치를 감행한 시 주석이 뮤추얼펀드를 위해 외국 기업에 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공산당 같은 중국 내 강력한 세력은 경제 성장을 위한 개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금융 시스템은 한마디로 ‘엉망’이다. 경제 블랙홀인 국유은행이 거의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이들은 이자를 거의 주지 않고도 중국 가계의 엄청난 저축을 쌓아둔다. 그리고 대부분의 자금을 국유기업이나 공산당이 선호하는 기업들에 초저금리로 대출해준다.
中 중산층 장기 투자처 필요
이로 인해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들은 회색지대에서 자본을 찾아 헤매게 된다. 이런 자금은 주로 높은 이자를 추구하는 가계에서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산층은 저축보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런 시스템엔 여러 가지 결함이 있다. 사실 부동산은 주식 계좌의 배당금이나 은행 계좌의 이자 같은 소득을 줄 수 없다. 소유자가 거주하는 주택은 추가 이익을 창출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중국의 임대시장은 여전히 낙후돼 있다.

물론 중국에도 주식시장이 있다. 하지만 서구의 뮤추얼펀드나 상장지수펀드처럼 대규모 기관투자가가 참여하지 못한다면 중국 증시는 그야말로 ‘카지노’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중국 정부가 블랙록 같은 외국계 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중산층을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중산층이 장기적으로 금융상품에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런 시장을 키우면 가계와 기업이 부채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면서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도 촉진할 수 있다.

중국이 보여주듯 진정한 자본주의와 자본의 상관관계는 상대적으로 낮다. 진정한 자본주의는 기업을 컨트롤할 수 있는 힘이 있다. ‘투기판’인 주식시장을 경제 성장동력으로 바꾸는 방법은 투자자들이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투자자들에 대한 책임감을 통해 기업은 높은 생산성을 추구하고 번영을 촉진할 수 있다.
자본주의 없는 금융시장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것을 원하지 않는다. 중국은 해외에 상장된 자국 기업들의 외국인 투자자가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공산당 관점에서 볼 때 이는 비단 외국인 투자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국민이 이런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시 주석이 집권한 지금의 중국 경제는 그래서 ‘자본주의가 없는 자본’이라고 묘사할 수 있다. 이것은 서구의 자본주의 메커니즘에 의존하지 않고 중국 정부가 정치적으로 선호하거나 경제적으로 필요한 기업에만 자금을 지원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시 주석 통치 아래에서 중국의 금융시장이 진정한 자본주의로 탈바꿈할 확률은 매우 낮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Why Beijing Wants BlackRock but Not Capitalism’을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