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대표하는 상권인 명동 거리는 1년 넘게 수많은 공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등을 계기로 2~3년 전부터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해온 가운데 1년7개월째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유동인구마저 뚝 끊긴 탓이다. 상권이 극도로 침체하자 건물이 통으로 경매로 나오는 일도 속속 벌어지고 있다.
16일 오후 2시 명동2가 눈스퀘어 앞에 서자 상가 1층 점포 네 곳에 연이어 붙은 ‘임대 문의’라는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눈스퀘어부터 지하철 4호선 명동역까지 500m 거리에 있는 1층 상가 67곳 중 휴업하거나 공실인 곳은 절반이 넘는 42곳에 달했다. 명동역 8번 출구 앞에 있는 한 건물은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이 지난 1월 폐업한 뒤 7개월 넘게 1~4층이 텅 비어 있다. 이곳은 한때 국내에서 가장 큰 연면적 3729㎡(4층) 규모의 유니클로 매장이 있던 곳이다.
명동8길 한가운데 있는 5층짜리 건물도 임대 문의 안내문만 붙은 채 통째로 비어 있었다. 명동에서 10년째 옷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이렇게 사람이 없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라며 “아예 상권이 회복될 기대를 접었다”고 했다.
명동은 한국에서 가장 큰 상권으로 꼽힌다. 2010년대 중반 일본과 중국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가 됐다. 수억원에 달하는 권리금을 불사하면서까지 자영업자와 기업들이 이곳에 매장을 열었다. 국내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네이처리퍼블릭 부지(㎡당 2억650만원)도 명동에 있다.
화려했던 명동 거리는 2~3년 전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온라인 쇼핑 활성화로 대면 거래는 갈수록 줄고, 상권을 지탱해주던 중국인·일본인 관광객마저 급감하면서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은 명동의 자영업자들을 벼랑 끝까지 밀어냈다. 오후 10시 이후 영업 제한, 3인 이상 집합금지 등의 강화된 방역지침이 그나마 이곳을 찾던 유동인구마저 끊기게 한 것이다.
비싼 임차료에도 ‘상징성’을 감안해 명동에 진출했던 유니클로·H&M 등 해외 유명 브랜드 매장들은 지난해 줄줄이 철수했다.
명동 상권의 침체는 숫자로도 잘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명동의 중대형 상가(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330㎡ 초과) 공실률은 37.3%로 전년 동기(8.4%) 대비 네 배 넘게 늘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자료를 보면, 2019년 말 105곳이던 명동 내 화장품 가게는 올 6월 기준 35곳으로 감소했다.
경매 시장에도 명동 건물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명동의 한 3층짜리 빌딩은 지난해 4월 50억원에 경매로 나왔다. 이마저도 다섯 차례 유찰되다가 올 2월 32억원에 가까스로 낙찰됐다. “명동에서 상가가 경매로 나오는 건 손에 꼽을 만큼 드문 일”(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상권 분석 전문가인 김종율 김종율아카데미 대표는 “명동은 관광·유흥 상권으로 코로나19의 악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는 곳”이라며 “코로나19가 끝나지 않는다면 다시 살아나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양길성/전형진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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