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광장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곳 아동복 가게에서 만난 지모씨(79)는 맞은편을 가리키며 “건너편 두 가게는 주인이 없고,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비어 있는 가게가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세기 동안 광장시장에서 장사를 했는데, 요즘이 가장 어렵다”며 “명절 대목이면 물건을 계속해서 들여와야 정상인데 지금은 재고만 판매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올해는 4단계에 강력한 인원 및 영업시간 제한이 적용된다. 공덕시장의 한 상인은 “코로나 1년차 추석이었던 작년과 비교해 손님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며 “인원제한이 생기는 바람에 1인 손님이 많아졌고, 그만큼 매출도 감소했다”고 했다.
이른바 ‘3밀’(밀폐·밀집·밀접) 환경이 조성된 전통시장, 목욕탕, 식당, 운동시설 등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계속 이어지는 것도 원인이다. 올해는 추석을 앞두고 서울 가락시장 등 주요 도매시장에서 집단감염이 잇달아 시민들의 불안감이 더 커졌다. 가락시장에서 청과물 가게를 운영 중인 김모씨는 “작년 추석과 비교해서 손님이 3분의 1로 줄었다”며 “옆 청과물 가게에서 확진자가 나온 뒤로 손님이 아예 실종됐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가 비대면 중심으로 급격하게 전환한 것은 비대면 환경에 취약한 자영업자에겐 구조적 타격 요인이다. 특히 전통시장의 자영업자는 고령층이 많아 매출의 대부분을 오프라인 영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광장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박모씨(65)는 지나가는 배달 라이더를 가리키며 “전부 배달로 사먹지 굳이 시장까지 와서 구매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나 같은 사람은 인터넷도 할 줄 모르고 배달 영업도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다른 집의 배달장사가 잘되는 걸 지켜보고만 있다”고 푸념했다.
시민단체들도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남주 참여연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정부는 손실보상으로 자영업자를 지원했다고 생색내지 말고, 실제로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방안을 신속히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자영업자들이 주장하는 방역체계 전환 논의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위드 코로나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방역체계 전환 논의를 시작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첫 회의에서 “신속하고 과감하게 위드 코로나 대책을 만들되, 잘못된 길로 접어들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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