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임 시장 시절 만든 ‘서울시 민간위탁 관리지침’에는 행정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각종 비정상 규정이 대못처럼 박혀 있다”며 “잘못된 것을 바꾸려고 해도 바꿀 수 없도록 조례, 지침, 협약서 등 다양한 형태로 시민단체에 대한 보호막을 겹겹이 쳐놨다”고 지적했다.
종합성과평가를 받으면 같은 해 특정 감사를 유예해주도록 한 규정이 대표적인 예로 꼽혔다. 종합성과평가는 민간위탁을 받은 기관이 세운 목표를 잘 달성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평가다. 사업 수행 과정에서 위법 사항이나 부당함이 없었는지 따져보는 감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오 시장은 “이 지침 때문에 사업 담당 공무원의 위법이 의심돼도 시 감사위원회가 즉시 감사할 수 없다”고 했다. 방만한 예산 운영 문제가 제기된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도 올해 1월 종합성과평가를 받아 감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오 시장은 새로 위탁받은 단체가 기존 단체의 직원 80% 이상을 떠안아야 하는 규정과 각종 위원회에 시민단체 추천 인사를 포함할 수 있도록 한 규정 등도 문제 삼았다. 그는 “수탁기관을 선정하는 적격자 심의위원회는 물론이고 보조금 단체를 선정하는 위원회까지 시민단체 출신들이 자리를 잡고 자기 식구를 챙기는 ‘그들만의 리그’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시의회와 힘을 모아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 시장과 서울시의회의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시의회의 협조를 받아 조례와 규정을 개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시의회 시정 질문 도중 사회주택과 관련해 발언 기회를 주지 않는다며 퇴청하면서 의회와 마찰을 빚었다. 오는 11월 시작하는 행정 사무감사와 내년 예산안 심의 절차 역시 순조롭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지난달 31일 선거법 위반 고발과 관련해 서울시청이 압수수색을 당한 뒤 오 시장의 직격 발언이 거세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가 공모사업을 통해 예산을 투입한 시민단체는 2016년 1433곳에서 지난해 3339곳으로 2.3배 늘었다. 해당 공모사업 예산 규모도 같은 기간 641억원에서 2353억원으로 급증했다. 서울시가 지난 10년간 민간 보조금과 민간 위탁금 사업에 투입한 예산은 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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