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쭉 뻗은 대나무를 보면 쉽게 잘 자라는 나무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대나무는 4년 동안 땅속에 갇혀 있죠. 땅 밖으로 나오기 위해 인내의 시간을 겪습니다. 그러다 비로소 5년차가 되는 해에 죽순의 형태로 땅 밖으로 나옵니다. 죽순의 형태로 땅 밖으로 나오자마자 불과 3개월 만에 대나무는 25m까지 성장합니다. 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느리고 더디지만 어느정도 경험이 쌓인 이후부터는 실력도, 자산도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보게 될 겁니다."
'월급쟁이의 첫 부동산 공부'를 쓴 마중물(46·필명) 작가는 부동산에 관심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부동산 투자라고 했다. 대신 부동산 공부가 필수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실력이 늘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의지만 있다면 투자자들의 삶이 바뀔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난 17일 전직 대기업 출신 직장인의 부동산 투자론에 대해 들어봤다.
부모님에게 경제적인 도움 없이 결혼생활을 시작한 그는 외벌이로 4인 가족을 부양하기에는 회사 월급이 턱없이 부족한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재테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퇴근을 하고 집에 오면 컴퓨터 앞에 앉는 게 일상이 됐다. 온라인 상에서 각종 재테크 방법을 찾으면서 '어떤 방법으로 자산을 늘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기회는 불현 듯 찾아왔다. 새로운 전셋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집 일부를 수리하게 됐는데, 수리를 맡은 인테리어 업체 사장님이 “왜 전세를 사느냐”며 “젊을 때 집을 사는 게 좋을 거다”라고 말했다.
집을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고 판단했기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2년이 지났고, 전셋집이 있는 동네 집값은 나날이 뛰었다. 1억2000만원이었던 20평대 아파트는 2억원이 됐다.
"망치로 머리를 세게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갑자기 2년 전 인테리어 사장님의 말이 떠오르더라구요. 사장님의 진심어린 충고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던 것이죠. 이 사건은 '부동산으로 재테크가 가능하구나'라는 깨달음을 준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흘러도 아파트 시세는 딱 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실제 현장에 가보니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고 있었다. 결국 3000만원이 아니라 1000만원의 수익을 내고 매도했다. 손해를 보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3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생각했는데 1000만원만 벌었다고 생각하니 속이 쓰렸다.
"나중에 해당 지역을 분석해보니 아파트를 매수했던 시점이 상승 꼭지점 바로 전이었습니다. 매수는 쉬웠지만, 매도는 쉽지 않았죠. 부동산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이후 그는 부동산 관련 책을 정독하기 시작했고 블로그, 카페 등에서 부동산 정보를 수집했다. 주요 내용은 노트에 필사를 했고 시간이 날 때마다 필사노트를 들여다 봤다. 반복에 반복을 거듭한지 3개월, 부동산 투자가 무엇인지 머릿속에 조금씩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레버리지(부채)를 활용해 소액으로 아파트 투자만 했다. 토지 등 다른 부동산은 자본금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자본금이 많지 않은 직장인들에게는 아파트 투자가 딱 맞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투자 아파트 가운데 90% 이상이 2000만~3000만원의 소액으로 투자한 것들이었다. 이 가운데 3000% 이상의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한 곳도 있었다. 소액 투자 방법을 기반으로 2014년에 약 1억원의 자금으로 시작해 7년 동안 약 50배에 달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투자를 시작한 시점에는 여러 지역을 투자하기가 쉽지 않아 1~2개 지역을 선정해 집중 투자했습니다. 이 시세차익으로 다른 지역을 투자하면서 지역을 조금씩 넓혀갔죠. 부동산 투자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규모의 경제를 키우고 자연스럽게 여러 지역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래가치가 높은 곳을 중심으로 규모를 키우면 스노우볼 효과(주먹만한 눈뭉치를 계속 굴리면 산더미처럼 커지게 된다는 뜻)로 자산이 불어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무주택자나 1주택자는 실거주 목적이 강하기 때문에 기존 구축보다는 미래에 신축 아파트가 될 재개발 투자가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자금 사정에 맞게 서울 핵심지 재개발에 투자하거나 교통 호재가 있는 경기권 재개발에 투자를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지방에 거주하는 수요자는 광역시급 도시의 재개발 물건을 검토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재개발 사업초기 물건에 투자하면 위험 부담이 크고 장기간 자금이 묶이기 때문에 이런 투자 물건은 피해야합니다. 최소 사업시행인가 이후 재개발 물건이나, 안정적으로 관리처분인가 전후의 물건에 투자해야 위험이 최소화됩니다."
다주택자는 취득세와 양도세 중과로 인해 기존 구축을 투자하기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때문에 취득세 중과가 되지 않는 재개발 지역의 무허가 건물(취득세 4.6%), 상가 건물(취득세 4.6%) 등을 고려하라고 했다. 또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는 취득세가 1%로 중과되지 않기 때문에 핵심지역 공시가 1억원 이하 아파트도 투자로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했다.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수도권 읍·면 지역 아파트와 광역시, 세종시를 제외한 지방도시 아파트를 매도할 때 양도세가 중과되지 않고, 일반과세가 된다는 점도 숙지하라는 설명이다.
"바뀐 정책과 세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진다면 여전히 투자처가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부동산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어떤 특정 아파트값이 상승하면 상승세는 인접 아파트 또는 다른 동의 아파트까지 미친다. 집값이 오르면 매수심리가 분출돼 다른 아파트에 영향을 미치고, 영향을 받은 아파트는 또 다른 아파트의 심리를 자극하는 식이다. 이런 상승 과정을 ‘연쇄반응’이라고 표현했다. 공학도다운 발상이었다.
부동산 대세 상승기에 일반적으로 평단가가 높은 아파트(대장급 아파트)부터 가격이 상승해 점차 평단가가 낮은 아파트로 오르게 된다. 이 순서를 알게 되면 예측 가능한 투자가 가능하다.
"이런 메커니즘을 부동산 투자에 적용했습니다. 다음에 오를 수 있는 아파트, 연쇄반응을 일으킬 아파트를 미리 알면 실패하지 않는 투자가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요즘은 프롭테크 기술이 발전해 부동산에 관심이 있으면 누구나 데이터를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지듯 다양한 앱(응용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대장 아파트를 찾고, 대장 아파트가 영향을 줄 다른 아파트를 찾는 식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실력이 쌓이는 시간까지 버틸 수 있도록 부동산에 관심을 지속적으로 두고 공부해야 한다. 부동산 상승이 일어나는 주요 원인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게 마중물 작가의 지론이다.
"누군가는 '부동산은 감으로 하는 것이지, 무슨 공부가 필요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단호하게 말하면 틀렸습니다. 부동산 투자를 잘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수적입니다. 상승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포기하지 말고 2년만 부동산 공부를 하면, 삶이 바뀌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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