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장 예전만 못해"…국내 아이돌에서 중국인 멤버 없앨까 [연예 마켓+]

입력 2021-09-21 16:04   수정 2021-09-21 16:05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외국인 멤버 투입은 해외 활동 등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진행됩니다. 중국 시장은 변동성이 크고, K팝의 글로벌 인기로 더 큰 시장이 열린 상황에서 중국인 멤버를 고집할 이유는 없죠. 득과 실을 냉정하게 따져보는 단계가 아닐까 싶어요."
(엔터사 고위급 관계자 A 씨)

중국 당국 규제의 칼날이 연일 연예계를 때리고 있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재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한령'(限韓令·중국 내 한류문화를 금지한 조치)이 시작되면서 중국 내 한국 가수의 공연이 전면 중단된 지 5년을 넘겼지만, K팝의 세계적인 인기로 중국내 영향력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중국의 K팝 규제가 더욱 노골적으로 진행되면서 국내 제작자들을 중심으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중국은 '연예계 정화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이달에만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의 연예인 팬클럽 계정 20여 개에 대해 '정지' 조치를 했다. 계정 대부분은 NCT, 엑소, 블랙핑크, 방탄소년단과 같은 K팝 스타들을 응원하는 팬 계정이다. 명목은 "비이성적인 스타 추종 행위를 단호히 반대하고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는 것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공동구매'로 이뤄지는 앨범 구매 개수까지 제한했다. 지난 10일 블랙핑크 리사의 첫 싱글앨범 발매를 앞두고 팬클럽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 "아시다시피 (당국의) 팬클럽 규제가 강화되면서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부딪혔다"면서 당국의 규제에 따라 1인당 구매 앨범 수가 1개로 제한된 사실을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내 방송규제기구인 국가광전총국은 "기형적인 미적 기준을 근절해야 한다"면서 여성스러운 남성을 뜻하는 '냥파오'를 허용하지 않겠다면서 연예인들의 외모까지 규제한다고 나섰고, 지난 8월 31일 발표된 '연예인 교육 관리와 도덕성 강화 방안'에 따르면 '중국 국적' 연예인들은 시진핑 국가 주석의 사상을 공부하고, 이를 (대중에게) 의식적으로 지도하도록 했다. 중국 국적 연예인들의 정치적 발언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중국 시장 영향력 줄어드는데…


중국 내 언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중국 당국의 연예계 규제가 K팝에 영향을 끼친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고 관계자들이 입을 모았다.

'한한령' 이후 중국 내 공연이 중단되면서 중국 내에서 K팝 관련 수익은 앨범 판매에 집중됐다. 하지만 중국의 음반 수출 의존도는 매년 낮아지고 있다. 일본에 이어 2위로 이름을 올리던 중국은 지난해 미국에 밀려 3위로 떨어졌다. 지난해 K팝 음반 수출이 전년도보다 94.9%나 증가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영향력 감소는 더욱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증권가에서도 중국의 K팝 규제가 국내 엔터사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대표 엔터사로 분류되는 SM엔터테인먼트, 하이브,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 4사의 음반 매출 중 중국 매출은 0.6%~2%에 불과해 중복 구매 금지 영향력이 미비하다는 것.

또한 한한령으로 이미 중국 매출 자체가 크게 낮아진 상태기 때문에 규제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비하리란 분석이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엔터 기업의 중국 매출 비중이 크지 않아 실적 측면에서 큰 이슈가 아니다"고 판단했고,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극단적으로 중국 앨범 판매량이 '0'을 기록한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었기 때문에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중국 멤버 리스크, 더 커져


반면 중국인 멤버를 넣을 경우 엔터사에서 감당해야 할 리스크는 더욱 커졌다.

현지 팬들에게 친근함을 주고, 해외 활동 시 언어 장벽을 낮춘다는 장점보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정치적인 발언을 게재해야 하는 압력이 더 커지고 있기 때문. 국내 활동으로 인지도를 높인 후 중국 에이전시, 소속사와 손잡고 법적 분쟁을 일으키는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정치적인 발언까지 더해지고 있는 것.

올해 7월 1일 중국 출신 아이돌 다수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축하 메시지를 게재했다. 중화권 출신 아이돌 멤버들 몇몇은 공산당 100주년 기념 행사에 직접 참석하면서 문제가 됐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항미원조를 지지한 중국인 아이돌의 한국 활동을 막아달라'는 청원글이 게제되기도 했다. 답변 기준 인원인 20만 명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1만4536명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

6.25 전쟁을 '중국이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왔다'는 '항미원조'라 주장하는 중국 당국의 주장을 그대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중국인 아이돌 멤버들에 대해 보이콧을 하는 팬덤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예민한 외교 문제까지 중국 당국의 주장을 그대로 소셜 미디어에 게재하는 중국인 아이돌 멤버들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앞서 홍콩 시위, 남중국해 분쟁, 위구루족 탄압 등 국제적으로 중국이 비난을 받는 사안까지 국내에서 활동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모은 아이돌 그룹의 중국인 멤버들이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게재하면서 문제가 됐다.

중국 내 연예계 기강 잡기가 시진핑 사상 교육까지 이어지고 있고,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알리고, 인민의 마음을 모으라는 지시가 내려온 상황인 만큼 중국인 멤버들의 정치적인 발언은 더욱 빈번해지고, 그로 인한 국내외 팬들의 반발 역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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