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이 최근 기관투자자의 유입과 더불어 골든크로스를 돌파하면서 본격 상승장에 재진입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4만8000달러 저항선의 안정적 돌파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시세는 오전 11시 45분 기준 전일대비 2.2% 하락한 5668만원(바이낸스 거래소 기준 4만608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8일 가상자산 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 기준 약 2조 달러(약 2356조 원)까지 줄어들었던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도 약 2조850억 달러(약 2457조 원)를 넘어서며 시장은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날 김치 프리미엄(해외 거래소와 국내 거래소의 가격 차이)은 전일대비 2.2% 하락한 3.6%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 분석가들은 기관투자자의 지속적인 유입에 힘입어 비트코인이 상승 국면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유명 애널리스트 윌 클레멘테는 지난 18일 글래스노드 데이터를 인용하며 "비트코인 장기 보유자들은 최근 조정장에서 보유량을 9664 BTC(약 4억5612만 달러) 더 늘렸다"며 "기관 등 고래 투자자가 보유량을 늘리면서 상승세가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달 말부터 주요 글로벌 펀드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가상자산 데이터 업체 바이트트리에 따르면 이날 현재 주요 펀드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총 80만8937 BTC를 기록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약 1200 BTC(약 659억 원) 증가한 수치다.
유럽 최대 파생상품거래소 유렉스(Eurex)는 지난 14일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증권(ETN)'을 출시하며 기관투자자의 유입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랜돌프 로스(Randolf Roth) 유렉스 집행위원은 "비트코인을 제도권 내 안전한 환경에서 투자하고 싶은 기관투자자들의 요구가 상당하다"면서 "비트코인 ETN을 통해 더 많은 기관 투자자가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트코인 ETN은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BTCetc(Bitcoin Exchange Traded Crypto)를 기반으로 하는 100% 현물 전환이 가능한 상품으로, 현재 약 1만8000 BTC(약 8억2933만 달러)를 관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월가의 황금손으로 불리는 캐시 우드(Catherine Wood)가 이끄는 투자운용사 아크인베스트먼트도 비트코인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아크인베스트먼트는 자사가 운용하는 '아크 넥스트 제너레이션 인터넷(ARKW)' 펀드에 캐나다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시킬 예정이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은 향후 5년 내 50만 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포트폴리오의 5%를 가상자산에 할당하기 시작하면 비트코인 가격은 지금의 10배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 증시 상장사 중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 마이크로스트래티지도 최근 조정장에서 비트코인 보유량을 더욱 확대했다.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3일 트위터를 통해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5050개(약 2억4290만 달러)를 추가 매수했다"며 "평균 매입 단가는 4만8099달러"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17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기관투자자 입장에서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급 가상자산"이라며 "오직 비트코인에만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12일 기준 총 11만4042 BTC(약 53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스타벅스,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즈 등이 속한 S&P500 지수 내 비금융 기업 80%가 보유한 현금자산 총액보다 큰 규모다.
다만 기관투자자의 유입이 시장에 마냥 긍정적으로만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상자산 전문 미디어 유투데이는 "고래 투자자의 대규모 거래는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어 단기 변동성이 심화할 수 있다"며 투자자의 주의를 당부했다.
코인데스크는 "고래 투자자와 기관의 거래량 증가가 가상자산의 규제 위기 등 거시적인 리스크를 상쇄하지는 못한다"며 고래의 움직임에 의존한 투자를 지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가상자산 거래소가 보유한 비트코인 물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상자산 데이터분석 플랫폼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주요 거래소가 보유한 비트코인 물량은 지난 12일 기준 238만3190 BTC(약 1098억309만 달러)로 3년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통상 거래소 내 비트코인 물량이 감소하면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져 시세가 상승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거래소에 현금성 자산인 스테이블코인 유입량이 크게 늘어난 점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 신호로 해석된다. 크립토퀀트 인증 애널리스트 카라칼(Caracal)은 지난 14일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대비 스테이블코인 물량이 늘었다"며 "이는 비트코인 가격을 다시 상승시킬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크립토퀀트 데이터 '스테이블코인 공급 비율(Stablecoin Supply Ratio, SSR)'은 지난 6일 14.42에서 12일 12.48로 약 13% 줄었다. SSR 수치 하락은 비트코인 시가총액 대비 스테이블코인 공급량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테이블코인 증가는 법정화폐(달러·유로)가 가상자산으로 전환된다는 측면에서 투자자들의 구매력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기술적 분석가들은 비트코인 차트가 최근 '골든크로스'를 돌파하면서 상승세가 기대된다는 진단을 내놨다. 골든크로스는 단기 가격 이동평균선이 장기 이동평균선을 아래에서 위로 뚫고 올라가는 현상으로 상승장 진입 신호로 해석된다.
뉴스비티씨 소속 토니 스필로트로(Tony Spilotro) 애널리스트는 지난 16일 "비트코인은 지난 2019년 5월, 2020년 6월 상승장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번 골든크로스는 결정적인 상승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든크로스가 반드시 상승세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한 번 상승하면 그 폭이 더욱 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5월 골든크로스 확인 당시 비트코인은 700%의 랠리를 기록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앞으로 비트코인의 운명은 주요 저항선으로 거론되는 4만8000달러 및 5만 달러를 안정적으로 돌파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코인데스크에서 활동하는 다마닉 단테스(Damanick Dantes)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은 4만8000달러선 저항을 마주하고 있다"면서 "현재 매수세에 힘입어 4만8000달러를 돌파하면 5만 달러까지 단기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유시 진달(Aayush Jindal) 연구원은 "비트코인의 1차 저항선은 4만8000달러선, 다음 2차는 5만 달러선 부근이 될 것"이라며 "4만8500달러를 돌파하지 못할 경우 추가 조정이 올 수 있으며 4만7600달러가 깨지게 되면 실망 매물이 쏟아져 비트코인 가격이 4만600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명 기술 분석가인 미카엘 반 데 포프는 "비트코인이 5만달러 지지선을 돌파하는 것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 전의 마지막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민승 블루밍비트 기자 minriver@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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