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장을 안방같이 드나든 지도 어언 2개월. 점심시간을 틈타 연습을 하다 보니 고구마, 삶은 달걀, 샐러드 등으로 식사를 대체했고 덩달아 그 어렵던 식단조절이 절로 되고 있다.
오늘 점심엔 뭘 먹을까 고민하는 게 낙이었던 내가 강제 다이어트도 즐거울만큼 골프는 날로 재미가 더해가고 있다.
2개월간 주 2회씩 총 16번의 레슨을 받은 셈인데 매번 지난번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동작을 배워간다는 사실도 정말 놀라웠다. TV로 볼때는 단순하게 채를 휘두르는 걸로만 보였던 골프선수들의 스윙 하나가 수많은 근육의 연결동작으로 이뤄진 예술이라는 걸 차츰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다.
작은 동작 같아도 세세하게 한 곳씩 포인트 레슨을 받고 그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하면 지난번과는 확연히 달라진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한달 전 찍은 영상과 마지막으로 찍은 영상은 내가 봐도 일취월장이다.
물론 골프 프로가 설명해준 동작이 바로 몸에 익혀질리는 만무하다. 아울러 새로운 지적을 받고 그 부분에 신경을 쓰다보면 바로 전에 했던 동작은 일절 신경 쓸 새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백스윙할 때 왼팔을 펴는 데 신경 쓰다가 단순히 팔만 비틀어 올리는 게 아닌 왼쪽 배에 코어에 힘을 주고 비틀면서 몸을 돌려 스윙을 해보라는 말을 들으면 어느덧 오른팔은 갈 곳을 몰라 헤매고 있다.
타격하는 순간 왼팔을 쭉 펴야지 생각하다 보면 골반을 세차게 돌리는 걸 어느덧 깜빡하질 않나 풀스윙 피니시 자세에서 몸통을 최대한 비틀어야 해 생각하면 오른발을 과도하게 뒤틀어놓은 내 모습을 보게 된다.
몇 년 구력을 가진 이들도 골프가 참 어렵다는 이유가 내 마음 같지 않아서라는 건 이제 절실히 체득했다.
골프 연습을 시작하면서 주위에 수많은 골프인과 대화거리도 풍부해졌다. 골린이인 나는 골프에 대한 모든 게 마냥 궁금하기만 하고 대부분의 골프인은 골프를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 걸 참으로 신나는 것 같다. 만나서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골프 특강을 듣다 보면 내가 골프를 안 치던 시절 이 사람과 마주 앉아 도대체 무슨 얘기를 했던 건가 싶다.
연습 2개월이 넘어가면서 내 골프채를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기 시작했다. 3개월의 레슨이 끝나면 필드에도 나가게 될 텐데 연습장 채로만 연습하다가 필드 가기 전 골프채를 장만하면 가뜩이나 멘탈 나간 골린이가 얼마나 더 헤맬지 생각만 해도 진땀이 난다.
연습장에서는 7번 아이언과 유틸리티, 드라이버를 빌려 썼지만 타석이 풀로 차는 날은 유틸리티와 드라이버가 수량이 없다는 점도 나를 부채질했다.
주위에서 추천하는 골프채는 물론 각양각색이다. 본인의 경험상 가장 좋은 조합을 적극적으로 알려주는 사람도 있고 초보 땐 중고채를 사서 치다가 어느 정도 스윙이 완성되면 그때 내게 맞는 채를 사라는 이도 있다. 반면 한번 사면 5년 이상 쓰는데 기왕이면 좀 치기 어려운 채를 사야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말도 들었다.
중고물품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는 나는 일단 중고거래 앱을 둘러봤다. 하지만 여성분들은 채를 한 번 사면 잘 교체를 하지 않는건지...이상하게도 남성 골프채는 종류가 다양한데 여성용품은 그렇지 않았다.
골프채 선택에 있어서는 일단 레슨받는 프로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기로 했다. 브랜드별 특징도 잘 알고 있으며 내가 스윙하는 걸 실제 보는 유일한 분이 아닌가.
프로께서는 무게감 등을 고려해 P 브랜드와 T 브랜드를 일단 추천했다. 아울러 H, M, Y 브랜드도 괜찮으며 구성별로 뭐가 좋은지 알려주셨다.
드라이버, 아이언, 퍼터, 유틸리티 등 따로 장만해도 되지만 아무래도 풀세트가 가격부담이 덜할 것 같아 가장 먼저 추천해줬던 P 브랜드로 80% 정도 마음을 굳혀가는 중이다.
더 들어가면 로프트가 어떻고 샤프트가 어떻고 각도는 뭐고...머리가 깨질 것 같아서 일단 골프샵을 한 번 가보기로 한다.
하긴 어떤 채를 사든 골린이에게 무슨 큰 지대한 영향이 있으랴. 그저 해당 채에 내 몸을 맞추고 그저 연습만 열심히 하는 걸로.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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