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추석 연휴 이후 가계대출과 관련한 추가 대책을 발표한다. 이 같은 예고에 전세대출 실수요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전세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까지 적용하진 않겠지만, 차주가 전세금을 스스로 조달할 수 있는데 추가로 대출을 받는 지 등 심사를 꼼꼼히 진행하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은행들의 전세대출이 중단된 데 이어 금융당국이 전세대출도 관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시기까지 못 받아 놓은 상태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추석 이후에 여러 상황을 보며 보완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구체적 언급을 할 수 없지만 실무적 단계에서 20~30가지 항목을 두고 세부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주담대에 이어 전세자금 대출까지 규제까지 나서는 배경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목표치를 6% 이내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추가 방안을 시사한 만큼, 전세대출도 제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 위원장은 최근 "가계부채 관련해선 여러 차례 말한대로 강력히 관리를 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추가적으로 보완 과제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집값 상승이 전세값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전세대출도 늘어나자, 전세대출도 제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8월 전세대출 증가 규모는 2조4007억원으로, 지난 1월(2조6514억원) 이후로 두 번째로 컸다. 전세대출의 경우, 차주의 원금 상환 능력을 반영한 DSR 규제에 제외돼 있다보니 대출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에도 DSR을 반영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이와 관련해 정부는 "전세대출 등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전혀 확정된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무주택자나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전세대출이 막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미 정부도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추가 방안을 시사한 바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3일 "올해 하반기 전세 대출은 스퀴즈(쥐어짜다) 할 수 밖에 없다"며 "다주택자이거나 투기 의심 대출은 강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수요자 대출에 지나치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대출 관리) 방안을 만들고 있고, 금융위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창구 지도가 중요한데, 현장에서 실수요자인지 아닌지를 잘 판단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이나 지원 방안 등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40대 한 모씨도 "11월 이사를 위해 이미 계약서까지 썼는데 전세대출까지 제한될 것이라는 소식에 빠르게 대출 심사를 넣었다"며 "혹시 대출 금액이 다 안 나오면 10년 넘게 부었던 청약 통장도 깨서 넣어야 하는 거 아닌가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규제와 관련해 해명한 이후에도 영업점으로 전세대출을 앞당겨서 받아야 돼냐 등 관련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이 팽배한 것 같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추석 이후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여기에 전세대출을 포함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자칫하면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저소득 및 청년층의 불만이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선 당국이 전세대출 관련 규제를 내놓기 보다는 은행을 통해 전세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차주가 전세금을 직접 부담할 수 있는지 없는 지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시행하는 방안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규제를 하더라도 전세자금대출 중 생활안정 대출 등과 같이 타격이 적은 대출을 제한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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