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민주당은 일부 손질이라는 ‘꼼수’를 부릴 게 아니라 법안을 철회하는 게 옳다. 아무리 ‘국민피해 구제법’이니 ‘가짜뉴스 방지법’이니 분칠하고 손질해도 ‘언론재갈법’ ‘언론침탈법’이라는 본질은 변함없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법 개정안은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을 빼고도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손해액의 최대 5배) △귀에 걸면 귀걸이식 모호한 허위·조작보도 개념 △논란 기사의 인터넷 표출을 막을 수 있는 ‘열람차단 청구권 허용’ 등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할 독소조항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법안이 통과된다면 정권 비판 기사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고발사주 의혹’ 등 대선 관련 보도는 물론이고 범죄·부패·비리 등을 조사하려는 탐사보도까지 크게 위축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우려다.
바로 그런 이유로 어제 국가인권위원회가 ‘법안 처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고, 세계 최대 인권단체로 꼽히는 휴먼라이츠워치(HRW)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법안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것이다. 이들만이 아니다. 그동안 법안 철회를 요구하는 국내외 언론단체들과 학계·법조계·시민단체, 심지어는 여당 내 인사들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언론재갈법 찬성자는 민주당 일부 강경파와 북한밖에 없다는 지적이 있다는 걸 여당 지도부도 모르지 않을 터다.
마침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는 문 대통령이 현지 방송과 인터뷰 일정이 잡혔다고 한다. 언론재갈법 처리가 세계 언론계 관심사여서 관련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여당은 여전히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 “언론 자유는 누구도 못 흔든다”고 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언론 자유는 국격의 문제다. 어떤 경우에도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대통령이 세계가 보는 자리에서 ‘언론 자유를 위해 언론중재법은 철회가 마땅하다’고 분명하게 밝혀주길 기대한다.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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