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음식 맛이 갑자기 달라졌나요?…치매 초기 증상일 수도 [이선아 기자의 생생헬스]

입력 2021-09-17 16:15   수정 2021-09-29 18:37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올해는 방역당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 대해 가족 모임을 허용하면서 부모님 댁을 방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17일부터 23일까지 수도권 등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지역에선 접종 완료자 4명을 포함해 최대 8명까지 집에서 모일 수 있다. 3단계 이하 지역에선 집뿐만 아니라 식당,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서도 최대 8명이 사적 모임을 할 수 있다. 닷새간의 연휴는 부모님을 오랜만에 뵙고 건강이 나빠지지 않았는지 살피기 좋은 기간이다. 갑자기 부모님이 만든 음식 맛이 바뀌었거나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는 등 행동의 변화가 생겼다면 치매 초기가 아닌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 등과 허리가 굽었거나 종아리가 얇아지는 등 신체도 눈에 띄게 바뀌었다면 척추관협착증·근감소증 증상일 수 있다. 이 같은 노인성 질환들은 초기에 진단하고 꾸준히 관리하면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기 때문에 유심히 관찰하는 게 필수적이다.

“치매 조기 관리하면 악화 속도 3년 늦춰”
한국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치매 환자가 늘어나는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약 79만 명으로 추정된다. 2024년에는 100만 명, 2039년에는 2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기형 가천대길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는 조기에 치료받으면 증상이 심해지는 것을 3년 정도 지연할 수 있고, 시설 입소 시기도 2년 이상 늦출 수 있다”며 “가족 구성원들이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살펴 치매를 조기 발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치매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인 치매 초기 단계는 증상을 유심히 살펴야 알 수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 치매’는 기억력 감퇴가 처음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만, ‘루이소체 치매’는 초기엔 집중력, 시공간 능력 저하 등이 나타나다가 나중에야 기억력이 저하되기 때문에 행동의 변화를 잘 관찰해야 한다. 음식 맛이 갑자기 달라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후각·미각이 떨어지면서 음식의 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생기는 변화다. 치매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음식 만드는 방법 자체를 잊기도 한다. TV를 볼 때 볼륨을 크게 트는 것도 초기 치매 증상이다. 청력이 떨어졌을 수도 있지만, TV에서 나오는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해 소리를 키우는 치매 초기 환자도 많기 때문이다.

루이소체 치매 환자는 낮에 멍하게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낮잠이 많아진다. 매일 하던 집안일이 서툴러지거나 일상생활에서의 행동이 눈에 띄게 느려지기도 한다. 대뇌 피질 신경세포 안에 있는 특정 단백질이 침착되면서 인지 기능 및 시공간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길을 잘 찾지 못하거나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한다.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면서 참을성이 없어지고 쉽게 화를 내는 등 성격이 바뀌기도 한다.

초기 치매로 진단되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고혈압, 당뇨, 심혈관질환 등으로 인해 생기는 혈관성 치매는 원인이 되는 질병을 치료하는 게 우선이다. 혈관성 치매는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뇌졸중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면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출 뿐만 아니라 치료도 가능하다. 알츠하이머 치매와 루이소체 치매는 완치는 어렵지만, 약물 등으로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 방치하면 하체 마비까지
오랜만에 본 부모님의 등과 허리가 많이 굽었다면 ‘척추관협착증’일 가능성이 높다. 노화가 진행되면 머리에서부터 팔, 다리로 이어지는 척추관 주변의 인대와 관절이 두꺼워지고 척추관을 압박해 통증을 유발한다. 척추뼈와 뼈 사이에 있는 디스크에서 퇴행성 변화가 동반되면 척추관협착증이 발병한다. 척추관협착증 환자들은 눕거나 쉴 때는 증상이 없지만, 일어서거나 걸을 땐 엉덩이와 다리 부근이 시리고 저리며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 이때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통증이 사라지기 때문에 계속해서 허리를 앞으로 굽히는 자세를 유지한다. 허리를 굽혔을 때 순간적으로 척추관이 넓어져 통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척추관협착증은 조기에 치료받지 않으면 하체 근력이 약화되고 감각이 떨어질 수 있다. 걷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낙상 위험도 커진다. 김종태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교수는 “골다공증이 있는 노년층 여성은 뼈가 약하기 때문에 낙상할 경우 뼈가 부러지기 쉽다”며 “이로 인해 활동이 제한되면 체중이 증가하고, 비타민D 부족으로 뼈가 더 약해지면서 다양한 합병증을 초래한다”고 했다.

척추관협착증이 발병했더라도 조기에 병원을 방문해 약물치료 등으로 증상을 조절하면 수술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협착증 부위·정도에 따라 자세 교정을 하거나 운동요법, 물리치료, 신경근 차단술 등 주사 시술도 가능하다. 다만 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돼 하체에 마비 증상이 오고, 대소변 장애까지 발생하면 최대한 빨리 수술받는 게 좋다.
영상통화 화면 자주 흔들리나요?
부모님을 만나고 싶지만, 아직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완료하지 못해 불가피하게 방문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는 영상통화만으로도 노년층에게 자주 발생하는 ‘근감소증’ 증상이 나타나는지 살피면 좋다. 근감소증은 노화에 따라 근육량이 줄어들고 근육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1초에 1m도 채 못 갈 정도로 걸음 속도가 느려지고, 앉았다 일어날 때 유독 힘들어하는 게 근감소증 증상이다. 근감소증에 걸리면 낙상사고 시 골절·뇌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 부상을 입었을 때 쉽게 회복되지 않고 합병증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볼살이나 턱 근육이 줄어드는 것도 근감소증의 지표다. 턱 근육 기능이 저하되면서 제대로 식사하지 못하면 영양 섭취에 이상이 생긴다. 영상통화를 하며 부모님의 얼굴 살이 이전보다 빠져서 갸름해 보인다면 근감소증을 의심해야 한다. 영상통화를 할 때 화면이 너무 자주 흔들린다면 근력 저하가 원인일 수도 있다. 부모님에게 양손의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종아리 중 가장 굵은 부위를 감싸도록 했을 때 종아리 두께가 동그라미보다 얇다면 근감소증일 가능성이 높다. 근감소증 환자의 82%는 종아리 둘레가 32㎝ 미만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온몸의 근육량은 종아리 둘레와 비례한다.

근감소증 증상이 나타나면 근력운동과 단백질 섭취를 통한 꾸준한 관리가 필수다. 아직 근감소증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앉았다 일어서기, 계단이나 비탈길 오르기 등으로 하체 근육을 키울 수 있다. 산책할 때도 평소 걸음보다 좀 더 빠르게 걷는 것이 좋다.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는 비타민D를 생성할 수 있도록 하루에 20~30분은 야외에서 햇볕을 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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