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방치하고, 숨진 피해자의 계좌에서 수천만원을 인출해 사용한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3부(박연욱 김규동 이희준 부장판사)는 강도살인·절도·사기·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38)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7년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던 피해 여성 B씨를 만나 2년 넘계 교제했다. 당시 A씨는 B씨에게 "친척이 유명 영화감독"이라며 경제적 도움을 줄 것처럼 접근했다. 이후 거짓말이 들통났고, B씨는 지난해 이별을 통보했다.
B씨의 이별통보에 격분한 A씨는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18일간 사체를 방치하고, B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처럼 위장하기도 했다.
또 B씨의 휴대전화와 현금·카드·통장·보안카드 등을 가로채 계좌에서 3600만원 상당을 인출해 빚을 갚는 데 사용하는가 하면 B씨의 카드로 모바일 게임 비용을 결제하고, 300만원이 넘는 돈을 '조건 만남' 여성에게 지급했다.
재판부는 "A씨는 살인 후 시신을 자신의 집 베란다에 방치한 채 태연하게 성매매를 하기도 했다.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문자를 보내거나 피해자가 극단 선택을 한 것처럼 위장하려 하는 등 은폐도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 유족과 지인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사람의 생명은 국가와 사회가 보호할 소중한 가치로 살인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할 수 없다"면서 1심보다 형량을 늘려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연인 관계에 있던 피해자로부터 경제적인 처지를 비난받자 자존심이 상한다는 이유로 살해했다. 이후에도 수사를 방해하고 피해자가 자살한 것처럼 위장하려 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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