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20일과 21일 이틀간 10% 넘게 폭락했다. 중국에서 발생한 '헝다그룹 리스크'가 증시와 암호화폐 시장에도 큰 충격을 주면서 미국 코인베이스로부터 자금이 이탈했기 때문이다. 9월장은 사실상 하락장으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채굴업계에서는 회복장을 관측하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의 암호화폐 채굴 전면 금지 조치에도 비트코인 채굴 난이도가 4월 수준을 회복한 점을 지목한다. 중국에 모여있던 채굴장들이 미국과 카자흐스탄 등으로 대거 이동을 완료하면서다. 비트코인이 4만달러대까지 떨어진 와중에도 아직 수익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에 공급량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채굴 난이도 상승으로 비트코인 공급이 줄면 암호화폐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앤트풀 뿐 아니라 다른 마이닝풀의 해시레이트도 비트코인이 개당 8000만원대로 고공행진을 이어나갔던 지난 4월 수치에 근접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주요 마이닝풀을 중국계 암호화폐거래소인 비트메인(전체 채굴량의 약 40%)에서 운영하는 마이닝풀들이 비트코인 채굴 난이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미국계로 설립된 대형 마이닝풀은 파운드리USA(점유율 8.77%) 정도다.
업계에서는 마이닝풀이 4월 수준으로 재가동된다는 것은 대거 중국에서 빠져나간 채굴장이 미국이나 카자흐스탄으로의 이전을 끝냈다는 걸 뜻한다고 분석한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비트메인은 미국 텍사스주의 소도시 록데일에 시설을 확장했다. BIT마이닝이라는 채굴업체도 록데일에 2600만달러를 들여 채굴장을 만들기로 했다. 채굴업체들이 잇따라 미국 이전을 추진하면서 2019년 75.5%에 근접하던 중국 비트코인 채굴 점유율은 지난 7월말 기준 46%까지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비중은 4%에서 16.8%까지 높아졌으며, 카자흐스탄도 8% 수준까지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닝풀 자체의 태생은 중국계라고 해도 전세계에서 마이닝풀에 참여할 수 있다"며 "채굴업계가 글로벌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채굴장이 카자흐스탄이나 키르기스스탄으로 이전하는 건 해당 지역의 세율이 싼 데다 '암호화폐 채굴업'을 신설해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암호화폐 채굴업을 별도로 규정해 매년 채굴업에 투입되는 전력량을 할당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은 전기세에 더해 채굴장에 15%의 추가세율을 매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채굴을 하면 원가 수준을 겨우 맞출 수 있지만 해시레이트가 높아진 지금도 러시아나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에서는 원가의 두배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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