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터널 화재에 무방비…90% 이상 '골든타임' 넘겨

입력 2021-09-18 11:15   수정 2021-09-18 11:44

고속도로에 설치된 터널의 90% 이상이 화재 발생시 '골든타임'인 7분 내에 소방대가 도착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속도로 관리를 하는 한국도로공사가 터널 화재로 인한 2차 사고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전국 고속도로에 설치된 총 1090개의 터널(상·하행선 포함) 중 92%인 1002개소의 터널에서 화재발생시 골든타임인 7분(소방청의 화재 사고 발생 시 기준) 이내에 소방대가 도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로공사는 각 터널별 소방대의 도착시간을 측정해 관리하고 있는데, 터널 화재 사고 발생 시 소방대의 터널 도착시간은 평균 12.5분이며, 고속도로의 비상 진입로 거리에 따라 1분~19분으로 편차가 매우 큰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해당 시간마저도 도로공사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지도 길찾기 서비스'를 통해 터널과 소방대간 도착 시간을 임의로 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실제 사고 발생 시에는 교통 상황에 따라 더욱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중앙고속도로 부산방향 공근터널과 서울-양양고속도로 서울방향 금남터널, 영동고속도로 인천방향 대관령 5터널, 6터널 등 산악 지대에 위치한 8개의 터널들의 경우 화재 발생 이후 최소 19분 이후에 소방대가 도착으로 나타났다. 사고 발생 시 2차 사고의 위험 요인 등이 더욱 높은 상황이다.

최근 10년간 (2011년~2020년) 고속도로 터널에서 발생한 사고는 1235건에 달하며, 이로 인해 112명의 사망자와 76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137건의 사고가 발생하면서 14명이 사망하고 97명이 부상을 당했다.

송 의원은 "고속도로 터널 화재 사고는 2차 사고의 위험성이 크므로 소방대의 신속 도착 후 화재 진압 만이 사고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며 "한국도로공사는 터널별 소방대 도착 시간을 인터넷 길찾기가 아닌 정확한 실측으로 파악하고,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도록 통행로 확보방안을 마련하는 등 터널 사고 안전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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