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탈원전' 한다던 文정부, 재고만 2조원 어치 쌓아놨다

입력 2021-09-18 11:25   수정 2021-09-18 11:48


탈(脫)원전 정책 직격탄을 맞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사용하지 않고 쌓아둔 재고가 총 2조원 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후화 등으로 '불용처리'된 자재 규모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86배 넘게(금액 기준)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실이 18일 한수원과 조달청으로부터 받은 '한수원 재고자산 금액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수원의 재고자산은 2조원(금액 기준)을 돌파했다. 원전 정비 등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는 자재를 금액으로 환산한 금액으로, 총 2조44억원에 달했다. 2010~2016년 2000~6000억원대 수준이던 한수원 재고 자산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1조원을 돌파(1조1075억원)했고, 2019년 1조8082억원을 기록하는 등 빠르게 증가했다.

한수원 재고자산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매년 20~30% 가까이(금액 기준) 늘어나고 있다. 2018년엔 전년보다 재고가 30.2% 증가했고, 2019년엔 또 이보다 24.9% 불었다. 가동한지 오래된 원전이 늘어나면서 부품 예비량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게 한수원 측 설명이다. 5년이상 장기재고는 3만4756품목, 금액으론 3746억원 어치에 달했다. 구매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쓰지 않은 재고도 1만1772품목, 407억원 규모나 됐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 이후 재고가 크게 늘어나면서 결국 불용처리될 자재 규모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2015년 8000만원 수준이었던 불용처리 금액은 2017년 4억2000만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346억원까지 크게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자재 불용처리 금액만 84배 불어난 셈이다. 만약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이어갈 경우 이 금액은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늘어난 재고량만큼 한수원의 재고관리시스템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수원은 해외업체에서 자재를 구매해 선적한 뒤 국내로 들어와 인수 검사를 진행한다. 이때 품질증빙 서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자료보완요구서(DDN)을 발행하는데, 서류 보완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자재를 사용하지 못한다. 품질증빙서류가 미비해 DDN을 발행한 횟수는 2016년 59건에서 2017년 135건으로 늘어났고 작년엔 358건에 달했다. 해외에서 부품을 수입해올 때 품질증빙서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실제 원전 정비에 사용하지 못하고 장기간 쌓아두고 있는 셈이다.

허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쇼’는 원전의 경쟁력을 훼손했을 뿐 아니라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고 전기값 폭등으로 이어져 국민의 고통만 늘어날 것"이라며 "탄소중립 달성과 서민들의 전기료를 생각했다면 오히려 원전가동률을 높이고, 탄소중립 10대 과제에 원전이 포함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고은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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