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이 시공사를 해지하는 경우

입력 2021-09-22 15:59   수정 2021-09-2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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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시공자로 선정된 건설사가 다양한 이유로 해지·교체되는 경우가 생긴다. 시공자를 해지·교체하면 조합원에게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시공자를 교체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최근에는 아파트 브랜드명을 이유로 한 해지가 빈번해졌다. 대형 건설사들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하이엔드(최고급) 브랜드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DL이앤씨(옛 대림산업)가 서울 한강변을 중심으로 ‘아크로’라는 고급 아파트 브랜드를 선보였다.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롯데건설의 ‘르엘’ 등 기존 아파트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춘 브랜드가 있다. 조합이 시공자 선정 총회를 열고 계약을 체결할 당시 건설사의 제안 내용에는 이들 브랜드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눈높이가 높아진 조합원들이 다른 사업구역과 비교하며 하이엔드 브랜드로 변경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건설사는 공사비 등을 고려할 때 조합의 요구가 난감할 수밖에 없다. 시공자가 선정된 사업구역을 대상으로 일부 건설사가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앞세우면서 시공자 해지·교체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공사비와 조합원 금융지원 등의 이유로 시공사를 바꾸기도 한다. 몇 개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공자로 선정됐지만 단독 브랜드 선호로 인해 시공자가 교체되기도 한다. 이렇게 조합의 일방적인 해지로 시공자가 교체될 경우 조합원에게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보통 건설사가 시공자 해지를 당하면 조합에 청구하는 소송이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시공자 지위 확인을 구하는 소송, 둘째 사업 수행을 위해 지출한 비용 및 시공자 지위에서 공사를 완료했다면 얻었을 이익 전부를 배상하라는 손해배상소송, 셋째 입찰보증금 원리금과 지연손해금 청구 소송 등이다.

시공자를 해지하려면 조합원총회를 거쳐야 한다. 시공자 선정 때와 같은 방식, 즉 조합원 과반수의 직접 출석 요건을 충족해야 할 수도 있다. 과거 서울북부지방법원도 이와 비슷한 판결을 내렸다. 결국 시공자를 해지하는 경우에도 적지 않은 조합 자금 투입 및 조합원 참여 유도 등 현실적인 난관이 따를 수 있다.

조합원총회를 통해 시공자 해지를 결정했더라도 건설사는 조합을 상대로 객관적인 이유 없이 시공자 지위를 박탈했다며 시공자 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할 수 있다. 또 건설사가 공사를 완료했다면 얻었을 이행이익 전부의 배상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건설사가 주장하는 이행이익이란 것이 최대 수천억원에 이를 수 있다. 법원 판결에 따라 조합이 건설사에 배상해야 할 손해액이 수십억원이나 수백억원으로 감액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조합과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액수다.

시공자였던 건설사는 조합에 수백억원의 입찰보증금을 납부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입찰보증금은 조합의 사업비로 전환된다. 그런데 시공자 해지가 진행되면 건설사는 이 사업비를 조합에 대여해 준 사업비로 봐야 한다며 정산을 시작할 수 있다. 이 경우 수백억원의 원금과 이자 등 지연손해금 상당을 청구하면서 전액 회수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시공자 해지를 한 이유가 건설사의 위법 행위로 인한 것이라면 조합은 입찰보증금 몰취를 주장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입찰보증금이 워낙 거액인 데다 최근 시공자 해지 추세가 건설사의 브랜드 선호에 따른 것임을 고려할 때 입찰보증금 전액 몰취라는 결론에 다다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조합원이 선정한 시공자에 큰 위법 사유가 있어 이를 시정하기 위한 시공자 교체는 필요하다. 하지만 선정된 시공자는 정비사업의 중요 파트너이고 시공자 교체에는 조합원 손해와 사업 지연이 발생할 수도 있다.

고형석 < 법률사무소 차율 대표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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