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은 지난 15~16일 강원도 인제의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국방 관계자 및 국회·언론 등에 이같은 미래 지상전투체계와 전투실험 현장을 선보였다.
가장 큰 특징은 '기동화' '지능화' '네트워크화'다. 드론과 로봇이 장착된 차세대 차륜형장갑차와 소형 전술차량 등으로 보병(인간 전투원)의 기동성과 전투력을 크게 향상시킨다. 전투 중 지휘관 등의 의사결정에 AI(인공지능) 기반의 첨단 시스템이 상황판단이나 결심을 지원한다. 전력에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오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선 유·무인 복합체계가 활용되며, 이 모든 플랫폼은 통합 네트워크체계로 연결된다. 통신망과 기동수단, 감시 및 타격 수단 등을 실시한 연결함으로써 전장이 가시화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6일 공개된 전투실험에선 육군이 그리는 미래형 전투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적들이 있는 건물을 탈환한다는 목표 아래 소형 드론들이 날아올라 적이 밀집돼 있는 건물 내부로 진입한다. 곧 드론의 타격으로 '파괴 완료' 보고가 무전을 통해 전 부대원들에게 전달된다. 이후 기관총으로 무장한 다목적 무인차량이 다리를 건너 와 건물 주변을 타격한다. 옥상에서도 굉음이 울린다. 전투원들이 희생될 수 있는 정찰과 선제공격을 드론과 무인전술차량이 전담한 셈이다.
이후에야 워리어플랫폼을 장착한 1개 분대 전투원들이 K808 차륜형장갑차로 건물 앞까지 이동, 신속히 하차해 건물 내부로 진입한다. 전투 시간 내내 초소형 드론들은 건물 주변을 비행하면서 작전 반경 2㎞ 주변을 고해상도 영상으로 송출한다.
육군은 '아미 타이거즈 4.0'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내년까지 KCTC에서 전투실험을, 2025년까지는 차륜형장갑차 2개 대대 규모로 시험적용을 계획하고 있다. 2025년부터는 사·여단 등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올해 전투병들이 간접체험할 수 있는 '아미 타이거즈 4.0 RX(확장현실)'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방탄헬멧과 방탄복, 육면 전투화 등의 성능 개량은 기본이다. 조준경·확대경·열영상 기능이 하나로 통합된 '신형 조준경'과 지휘·통신체계 실시간 연결 등을 통해 생존성과 전투능력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육군은 "사격 경험이 없는 사람이 1시간 교육을 통해 90%의 명중률을 제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번도 사격을 해보지 않은 기자들이 참여한 결과도 비슷했다.
K2 소총으로 기존의 육안 조준 사격과 워리어플랫폼 전투장비를 장착하고 '비교 사격'을 했다. 육안 사격에서는 25m 사거리 과녁을 제대로 명중하지 못했지만 각기 다른 두 가지의 워리어플랫폼 장비를 장착한 소총으로 사격하면 명중률이 급상승했다. 병사 개개인의 전투력이 상승하는 것이다.
대신 워리어플랫폼으로 병사 개인의 몸이 무거워진 만큼 차륜형장갑차 등을 활용한 기동성 향상은 중요한 대목이다. 육군은 "인제에서 240㎞ 떨어진 평양까지 평균 시속 4㎞로 걸어서 가려면 3일 밤낮을 자지 않고 걸어가야 하는데, 기동화가 이뤄지면 시속 80㎞의 속도로 3시간이면 평양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육군은 오는 2040년까지 모든 보병과 기갑부대는 물론, 통신·공병·군수 등 모든 전투지원 및 근무지원 부대까지 미래형 지상전투체계 '아미타이거 4.0'으로 탈바꿈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비슷한 시기 워리어플랫폼도 최종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약 1조8000억 가량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육군은 보고 있다. 첨단 장비와 시설을 갖춘 훈련장도 KCTC 외엔 없는 상태라 훈련장 확대와 체계적인 교육·훈련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제=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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