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과 유럽,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는 메탈실리콘 가격은 t당 4000달러 수준으로 올랐다. 중국에서 거래되는 메탈실리콘 가격은 지난 19일 기준 4700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4분기에 비해 두 배가량 높은 가격이다. 영국 에너지가격평가기관 아거스미디어는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15년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이라고 밝혔다. 메탈실리콘은 유럽에서 t당 4137달러, 미국에선 t당 3924달러 수준으로 올랐다.
메탈실리콘은 모래에서 추출한 규소의 가공 방식에 따라 무기실리콘과 유기실리콘으로 나뉜다. 무기실리콘은 태양광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실리콘 전지의 주재료인 폴리실리콘의 원료다. 각국의 신재생에너지 전환 흐름에 따라 메탈실리콘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컨설팅 기업 우드매켄지는 메탈실리콘에 대한 태양광 에너지 부문 수요가 올해 전체의 19%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59만5000t)보다 6만t가량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는데 공급량은 묶였다. 세계 메탈실리콘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감산 조치를 내린 탓이다. 11일 중국 윈난성은 오는 12월까지 메탈실리콘 월평균 생산량을 8월의 10% 수준인 6000~7000t으로 줄이라고 지시했다. 전력 소비량을 조절한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의 메탈실리콘 가격이 급등하면서 유럽과 미국 시장 거래가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탈실리콘 가격 인상으로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 등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 중국 태양광 패널 업체 징코솔라의 올 2분기 순이익은 6620만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가까이 급락했다. 찰리 카오 징코솔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5월부터 폴리실리콘 가격 인상이 가속화됐다”며 “3분기엔 더 많은 영향이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의 한 실리콘 트레이더는 “일부 거래업체는 가격 상승을 흡수할 수 없어 파산할 것”이라며 “상황을 고려해 보호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메탈실리콘 수요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 태양광 발전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고 있어서다. 중국 국가에너지국에 따르면 2013년 90억㎾h(킬로와트시)에 불과했던 중국의 태양광 발전량은 2019년 2243억㎾h로 약 25배 증가했다. ‘탄소중립 2050’ 목표를 세운 미국에서도 태양광 발전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전력원 가운데 태양광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2035년께 40%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미국 내 태양광 발전 비중은 3%대다.
수급 불일치 문제에 따라 올해 메탈실리콘 부족량은 9만2000t에 달할 것이라고 우드매켄지는 전망했다. 지난해(4만1000t)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것이다. 미셸 데이비스 우드매켄지 애널리스트는 “미국에서 태양광산업은 분기별로 강한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가정, 산업 등 모든 부문에서 수요가 많다”면서도 “원재료 가격 인상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산업을 성장시키고 신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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