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찾은 LS니꼬동제련 울산 온산제련소 제어실은 온갖 숫자로 채워진 모니터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모니터는 세계에서 구리 원재료인 동정광을 싣고 온산항으로 향하는 화물선 수백 척의 운항 현황이었다. 직원이 버튼을 누르자 입고될 동정광 전체의 구리 함량이 그래프로 나타났다. 박성실 상무는 “원료의 입고 데이터를 활용해 제련 설비에 투입되는 구리 함량을 일정하게 유지해 수율을 높이고 있다”며 “5년에 걸친 스마트팩토리 구축의 성과”라고 말했다.
1936년 조선제련을 모태로 탄생한 LS니꼬동제련은 국내 유일한 동제련업체다. 온산제련소는 세계 2위 전기동 생산 능력(연 68만t)을 갖췄다.
LS니꼬동제련은 4년여의 개발 과정을 거쳐 지난해 통합 생산 시스템과 원료 최적조합 시스템 도입을 완료했다. 3단계로 나눠진 ODS프로젝트의 첫 단계로, 공장 내 수천 개의 설비에서 초 단위로 발생하는 4만여 종의 데이터를 수집, ‘데이터 광산’을 구축한 것이 핵심이다.
내년 상반기부터 추진되는 2단계 후속 사업은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를 공정에 응용하는 것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주요 공정에서 각각 최적의 생산 해법을 도출할 계획이다. 마지막 3단계에선 물리적 공정을 완벽히 가상세계에 구현한 ‘디지털트윈’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실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실험을 가상공간에서 시도한 뒤 검증된 결과를 현실에 적용하는 기술로, 모든 스마트팩토리 구축의 최종 지향점이다.
성과는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LS니꼬동제련은 ODS프로젝트를 통해 올해 60억원대 비용 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프로젝트가 완료되는 2024년부터 이 효과는 연간 100억~150억원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10년간 평균 영업이익(2500억원)의 4~5%에 달하는 효과다.
실적도 악화하고 있다. 2019년 3154억원에 달하던 연간 영업이익은 지난해 2285억원에 이어 올해 2000억원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최근 10년간 평균치인 2500억원에 비해서도 낮은 수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치밀한 공정 관리가 필수적이다.
LS니꼬동제련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 회사는 2024년까지 1200억원을 환경과 안전 분야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도석구 LS니꼬동제련 대표는 “24시간 멈추지 않아야 하는 제련소에서 환경·안전 관리는 생산성으로 직결된다”며 “선제 투자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ESG 역량을 갖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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