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피크 아웃(고점 통과) 우려, 빅테크 규제, 헝다 쇼크까지….’ 과속방지턱에 걸린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 있다. 추석 연휴 후 연말까지 이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게 국내 증시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들은 올해 안에는 주가가 전고점(3305.21)을 뚫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다른 쪽에서는 연말께 기회가 찾아올 것이란 의견이 맞섰다. 전문가 6인에게 ‘추석 이후 국내 증시 전망’을 들어봤다.
추석을 앞두고 슈퍼 개미(고액 개인투자자) 일부가 보유 주식 대부분을 현금화하기 시작했다. 100억원대 주식을 굴리고 있는 개인투자자 A씨는 “연말까지 주식 매력도가 높지 않다”며 “리스크를 줄여야 할 때”라고 판단해 주식을 팔았다. 한국 증시가 휴장한 연휴 기간 헝다 쇼크가 글로벌 증시를 덮쳤다. 중국 헝다그룹이 파산 위기에 놓이며 미국, 홍콩, 일본 증시는 물론 암호화폐까지 출렁이자 국내 개미들도 술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연말까지 크게 하락할 장은 아니지만 올라갈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렇다 할 ‘상승 모멘텀’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연말까지 코스피지수 상단을 3300으로 예상했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6명 중 5명이 코스피지수 상단을 3300으로 제시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선진국 경기 회복이 상품 소비(보복 소비)에서 서비스 소비(리오프닝)로 넘어가면서 한국 수출주들의 수혜가 축소되는 구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연말께 기회가 올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신진호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지금은 박스 하단에 가깝다”며 “지금 지수대에서는 현금 비중을 늘리기보단 순환매에 동참하면서 기회가 오면 주식을 적극 매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한영 D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도 “현재 기업들의 실적에선 PER(주가수익비율) 10배만 줘도 지수 3300이 나온다”며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실적이 조금 더 받쳐줘 PER 12배를 적용하면 지수는 연말 37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들이 주목하는 분야는 리오프닝(경기 재개) 관련주다. 이 본부장은 “3분기 기업들의 실적이 괜찮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주가가 빠지는 것을 잡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백신 접종률이 높아질수록 코로나19 악재로 타격을 받은 종목들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오 본부장도 “유통, 의류, 엔터테인먼트, 레저, 통신 등 국내 내수 소비와 관련된 분야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에서 중증환자 중심의 선별적 방역인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국내 리오프닝 관련 업종이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조 전문위원은 “미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급격하게 감소했던 올해 1분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경기가 살아난다는 기대감에 금리가 오르면서 금융업 주가가 상승했고, 산업재 관련주도 강세였다”고 말했다.
이 밖에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제약·바이오와 건설을 주목할 만한 분야로 추천했다. 특히 “건설주는 정부의 주택 건설 이슈 등 호재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조정 우려 업종으로는 철강·화학 등 전통 경기민감주, 코로나19 수혜주인 언택트(비대면) 관련주 등을 꼽았다.
‘규제 쇼크’로 추락한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주에 대해선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센터장은 “미국도 바이든 행정부의 반독점 스탠스는 거의 탈레반 수준인데도 빅테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신 대표 역시 “이번 카카오에 대한 규제가 중국 정부가 단행한 규제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외국인들이 학습하면서 점차 매도세가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재원/서형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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