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윈 통 싱가포르 문화청소년부 장관 겸 법무부 차관(사진)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양측의 합의를 토대로 한 조정을 활용하면 기업들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빠르게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조정은 제3자인 조정인이 제시한 안에 쌍방이 합의하는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다. 양측의 자율적 합의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중재인의 결정에 복종해야 하는 중재(arbitration)와 차이가 있다.
2019년 이후 한국을 포함해 미국, 중국 등 55개 국가가 ‘싱가포르 조정 협약’에 서명하면서 각국에서 조정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조정을 거쳐 얻어진 결과에 재판 판결 또는 중재 판정처럼 집행력을 부여하는 게 이 협약의 골자다.
“한국 기업이 자주 겪는 IP 분쟁에서 조정 절차가 특히 유용하다”는 게 에드윈 통 장관의 설명이다. 그는 “IP는 여러 국가에 적용되는 사례가 많은데,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 재판관할권이 자주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한 국가에서 재판을 통해 승소하더라도 다른 국가에서 또다시 피소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조정은 쌍방 합의를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를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정 제도를 활용하는 글로벌 기업은 최근 늘어나는 추세다. 싱가포르 법무부에 따르면 싱가포르국제조정센터(SIMC)에 접수된 조정 건수는 2019년 23건에서 지난해 43건으로 약 두 배로 늘었다. 올해에도 상반기까지 40건이 접수되면서 지난해 조정 건수를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에드윈 통 장관은 “조정은 소송·중재 같은 다른 분쟁 해결 방식과 병행해 진행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며 “분쟁 초기 단계에서 조정을 활용해보고, 여의치 않으면 다른 방식을 적용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소송과 달리 협상 과정이 비밀에 부쳐진다는 점도 기업들을 끌어당기는 요인 중 하나다.
지금까지 싱가포르,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총 7개 국가가 싱가포르 조정 협약의 국회 비준 절차를 마쳤다. 한국에선 이르면 내년께 국회 비준이 이뤄질 전망이다. 서명국들의 국회 비준이 본격화되면 조정 제도를 이용하는 기업 또는 국가가 더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게 글로벌 로펌업계의 관측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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