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꽃을 찰흙 위에 누른 뒤 나타난 음각에 석고를 부어 굳혔다. 그러면 꽃 모양의 석고 양각이 남는다. 구씨는 그 위에 색을 칠한 뒤 완성된 꽃 모양의 양각을 사진으로 찍고 인화했다. 사진, 조소, 회화 등 서로 다른 장르가 뒤섞여 이룬 작품이다. 채색한 부조는 작고 보관도 어렵다. 그것을 사진 찍어 크게 인화하니 부조와 채색 작업을 거치며 생긴 독특한 느낌이 관람자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게 됐다.
18세기 독립된 예술로 자리 잡은 정물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자아를 투영하기에 적합한 장르라는 이유로 예술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독특한 작업 과정을 통해 작가는 평범한 튤립꽃을 세상에 없는 새로운 존재로 우리 앞에 드러냈다. 구씨의 작품들은 서울 후암동 KP갤러리에서 10월 2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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