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관계자들은 클러스터 부지인 원삼면 일대 주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만만찮았다고 설명했다. 토지 보상 절차는 부지 선정→토지 및 지장물 조사→보상계획공고→감정평가→보상 협의 순으로 진행된다. 주민 대다수는 토지에 있는 건축물·수목 등 지장물의 조사를 최근까지 거부해오다 지난 13일께 조사에 응하기 시작했다. 계획은 지장물 조사가 끝난 뒤 공고를 내고, 토지와 지장물의 감정평가를 시작하는 것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일단 지장물 조사 전에 공고부터 하고 토지 감정평가에 들어갔다.
지장물 조사가 끝나더라도 감정평가 결과를 토대로 토지 보상 협의를 거쳐야 하는 고비가 남아 있다. 협의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면 사업이 더 지연될 우려가 있다. 여의치 않으면 토지를 강제 수용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조차도 6개월 이상 걸린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2004년 중국 우시에 사업장을 지을 때는 부지 선정에서 완공까지 1년8개월 걸렸다”며 “지장물 조사에 들어가는 데까지만 2년7개월이 걸린 용인과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토지 보상 과정에서 사업이 무산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해 경북 영주시에 8500억원을 투자해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음극재 공장을 지으려고 했지만 올초까지 토지 매입에 수차례 실패했다. 회사 측은 토지 보상에만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자 협상을 포기하고 인근 상주시에 짓기로 했다. 막상 사업이 무산되자 일부 영주시의원은 상주에 공장을 짓지 말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도체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각론으로 들어가자 부처들의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대표적 조항이 수도권 대학 정원 제한 완화다. 인력 부족으로 기업들이 반도체 연구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감안해 법안 초안에 포함됐지만 일각에서는 수도권 대학에서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면 지방대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도체 신소재 개발 등에 쓰이는 화학물질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반도체 화학물질 패스트트랙’도 난항을 겪고 있다.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반도체업계에만 특혜를 줄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변 위원장은 “추석연휴가 끝난 뒤 당과 협의해 특별법의 세부 내용 방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용인=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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