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주요 경제부처 장관들을 향해 BIG3(시스템 반도체·미래차·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개혁 노력이 부족하다고 공개 지적했다. 세계 각국이 공급망 재편을 위해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정책은 재정 지원에만 치우쳐 있어 실질적인 투자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는 게 홍 부총리의 지적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BIG3 추진회의 관계장관 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12월 BIG3 추진회의 출범 이후 논의한 463건의 지원과제 가운데 규제혁파 관련 과제는 12.5%에 불과하다"며 "민간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기에는 아직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선 인력부족 및 송전선 설치 문제, 불합리한 규제 등의 애로사항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엔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한정애 환경부 장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고승범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홍 부총리는 한국의 BIG3 산업 육성 정책이 기업에 돈을 퍼주는 데에만 치우쳐 있다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4조4000억원 규모였던 BIG3 산업 지원예산을 내년엔 6조3000억원으로 늘렸다. 2년간 관련 예산을 43% 증액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BIG3 분야 지원과제 가운데 '육성지원(재정지원)' 관련 과제는 50.1%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규제혁파 관련 과제에 비해 지나치게 재정지원 과제가 많다는 취지다.
홍 부총리는 "그동안 BIG3 산업을 지원한 결과 수소차 점유율이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등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면서도 "앞으로는 △규제혁파와 생태계 조성 △기존 대책의 확실한 이행과 가속화 △민관협력 및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협력 △현장소통 강화 등 네 가지 방향에 역점을 두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 부총리는 회의에 참석한 장관 및 부처 관계자들을 향해 "보호무역주의 강화, (주요국의) 공급망 내재화 등 대내외 여건이 급변하는 가운데 BIG3 분야의 세계 1위 경쟁력 확보를 위한 현장 애로해소 방안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안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선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 프로젝트'의 추진 현황에 대한 점검도 이뤄졌다. 이 프로젝트는 정부가 미래 혁신을 선도할 대표기업을 선정해 대출 등 금융지원을 해주는 지원책이다. 정부는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600개의 혁신기업을 선정해 3조8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홍 부총리는 "올해 말 4회차 선정 작업을 진행하는 등 내년까지 1000개의 혁신기업을 선정해 집중 지원하겠다"며 "BIG3 산업과 혁신기업의 동반성장을 통한 생태계 강화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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