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發 중국 금융위기 올 수도"…환율 1년 만에 1180원 돌파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입력 2021-09-23 13:08   수정 2021-09-30 12:04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23일 원·달러 환율이 1년 만에 1180원선을 넘어섰다. 중국 부동산업체인 헝다그룹이 파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퍼지면서 위험자산 선호도가 약화된 결과다. 일각에서는 헝다 파산이 중국의 금융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Fed)이 사실상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공식화한 것과 맞물려 원화가 더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오후 12시 56분 현재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원 오른 1180원에 거래 중이다. 환율은 8원 오른 1183원에 거래를 시작한 이후 상승폭을 줄여가고 있다. 이대로 마감할 경우 환율은 올해 최고가인 것은 물론 종가 기준으로 작년 9월14일(1183원50전) 후 1180원선을 처음 넘어섰다.

헝다그룹 파산 우려가 환율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과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주요 도시 139곳에서 부동산 프로젝트를 전개하는 부동산업계 2위인 헝다는 중국 당국이 은행의 부동산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다. 부동산 사업 매출도 갈수록 쪼그라들면서 돈줄이 좁아들었다.

헝다그룹은 이날 달러채권 이자 8350만달러(약 993억원)과 위안화 채권 이자 2억3200만위안(약 425억원)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채권 이자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부도 위기를 맞게 된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헝다그룹이 이달에 유동성 위기를 넘겨도 올해 말까지 갚아야 하는 8억5000만달러 규모의 달러채권 이자를 상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북경사무소는 '중국 부동산개발기업 헝다(恒大)그룹 디폴트 우려 확대' 보고서에서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약 250여개의 금융기관이 헝다그룹 대출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금융시스템 리스크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세계 금융회사 250곳가량이 헝다그룹과 대출 거래를 맺고 있는만큼 헝다그룹 파산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헝다그룹은 128개 은행(2323억위안)과 121개 비은행금융회사(3684억위안)에서 차입금을 조달했다. 헝다그룹이 지분 36.4%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성징은행(盛京?行)도 모회사에 상당액의 대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헝당그룹 파산이 성징은행의 위기 및 부실로 번지면서 중국 금융권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는 중국 경제성장률을 갉아 먹을 변수로 꼽힌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만큼 헝다그룹 위기는 한국 실물·금융시장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우려도 높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도 이날 열린 '상황점검회의'에서 "헝다그룹 사태 전개상황 등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Fed가 22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을 언급한 것도 중장기적으로 환율을 밀어올릴 변수로 꼽힌다. 시장 관계자들은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내년 중반에 테이퍼링을 종료할 것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다소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이라고 평가했다.

JP모간은 파월 의장이 매번 FOMC 때마다 자산매입 규모를 150억달러 이상씩 줄이거나 매달 자산매입 규모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봤다. 예상보다 매파적이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는 Fed가 오는 11월 테이퍼링 발표를 시사한 것으로 자산매입 규모를 이 직후 매달 150억달러씩 줄여나갈 것으로 해석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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